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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우탱고 Dec 09. 2022

탱고 수업 4

쿠바

쿠바라고 불리는 개가 있다. 나일이가 키우는 반려견이다. 나일이는 나의 전 파트너였고 제자이기도 하고 오랜 연인이었던 젠가와 결혼한 후 지금은 김포의 전원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두 아이와 쿠바를 위한 환경이 잘 된 곳이다.

 나는 간혹 공강이나 서로 시간이 맞을 때 그들의 공간에 찾아가곤 한다. 그곳이 나는 참 좋다. 모든 것이 다 좋지만 사실 쿠바가 큰 몫을 차지한다. 내가 그들의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쿠바(스탠더드 푸들)는 나에게 달려와 두발을 버쩍 들어 안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안기는 것이 아니라 덮친다. 두 발로 서면 이미 내 키(178cm) 보다 더 커 버린 쿠바. 앞발이 내 어깨에 턱 하니 걸친다.

아주 자그마한 새끼 때 성우인 나일이가 녹음 때문에 바쁠 때는 대신 스튜디오에서 돌보며 산책도 시키고 먹이도 주고 앉아! 서! 엎드려! 왼발! 오른발! 훈련을 시키기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리 긴 시간이나 많은 횟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궁급했다. 쿠바는 나를 기억해서 7년이 더 지나도 이토록 반기는 걸까? 아님 사람을 좋아해서 일까?

집안에 들어가서 나일이와 젠가가 식사 겸 술자리를 마련하는 동안 거실 소파에 눕듯 기대어 있음 그 큰 쿠바는 훌쩍 뛰어 올라와서는 내 몸의 굴곡에 맞춰 엎드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나의 다리나 팔 위에 턱 하니 올려놓는다. 이상하게 이게 뭐라고 살짝 감동이 온다. 쿠바의 릴랙스 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머리의 느낌, 강직하면서도 포근하고 따뜻한 체온.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고개를 버쩍 들고 나를 보다가 내가 다른 움직임이 없으며 다시 그 자리에 머리를 댄다.

"나일아. 얘는 나를 기억해서 이러는 걸까?"
"쌤에게만 그러는 것 보면 기억하는 것 같아요"

아주 쪼끄만 할 때 아주 잠깐 함께 한 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면 개라는 생명체는 인간보다 더 발달한 종이 아닐까? 사람과 같이 살아주는 그런 생명체. 내가 조심스레 일어나서 화장실이라도 가면 졸졸 따라와서 문 밖에 있다가 소파로 돌아가서 누우면 다시 자기 자리에 엎드러 턱 하니 머리를 대면 괜히 설레기까지 만드는 쿠바.

탱고를 출 때 아브라쏘(홀딩)를 하면서도 이런 느낌까지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누군가에게 내가 전해 준 적은 있었을까?  땅고에는 터치라는 뜻도 있다.  이 살갑고 따뜻하고 릴랙스 하면서도 상대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집중하고 반응하는, 나를 전혀 방해하지 않는 작은 부위의 터치지만 무한한 접촉처럼 느껴지게 해 주는 쿠바에게서 탱고가 가져야 할 아브라쏘의 미덕과 의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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