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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우탱고 Dec 10. 2022

탱고 수업 5

습관

 지금은 오전 7시. 고속버스 터미널. 내가 타야 할 고속버스는 10시 10 분행. 난 이곳 텅 빈 대기실에서 3시간여를 기다려야 한다.


 습관은 무섭다. 토요일마다 7시면 이곳에 도착했던 습관. 오늘은 10시경 출발임에도 터미널 오는 버스 안에서 폰으로 승차권을 볼 때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심각한 일인가? 싶다가 왠지 슬픈 맘이 들어서 습관의 위대함으로 그 이유를 돌렸다. 나는 비교적 꾸준한 편이다. 소위 보험이나 적금 같은 것 중도해지 한 적 없고 학교 다니는 내내 개근이었다. 탱고의 경우 처음 접한 뒤로 24년을 단 한 차례도 멀리 해 본 적 없다. 습관 만들기 참 좋은 성격이다.


 탱고에서의 습관은 그 사람의 평소 습관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습관은 불필요하거나 없애야 할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은 탱고를 추면서 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평소의 습관이다. 살면서는 잘 모르고 지났던 생활 습관이 탱고를 추면서는 쉽게 발견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최소한 한 명은 사소한 움직임까지 보거나 느끼고 반응하게 되는 것이 바로 탱고이기 때문이다.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한번 습관이라고 만들어진 이후는 죽을 때까지 안 바뀔 가능성이 크다. 습관은 수많은 형태로 나타난다. 입술을 삐쭉거리거나 손가락 하나를 계속 움직이거나 하는 사소한 것부터 머리를 무의식적으로 도리도리 하거나 힙이나 배를 불 필요하게 움직이거나 쓸데없이 말을 하거나 심지어 호흡이 이상한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습관은 좋지 않은 느낌을 준다. 좋은 습관을 보기는 어렵다. 나쁜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지고 좋은 습관은 어렵고 힘들지만 꾸준히 노력해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탱고를 추기 전에 자신에게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진 않는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단정한지?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고, 디제잉되는 음악과 함께 추는 파트너에게 집중하자! 집중하자! 몇 번이고 마인드 컨트롤한다 해도 수많은 이유로 그것은 방해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핑계가 되곤 한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못 하는 것뿐이지.'

 

 나 역시 그렇다.  나쁜 습관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 웬만한 노력이 아니면 사소한 말투나 행동조차 바꾸기 힘들고, 좋은 습관은 대부분 오늘이 첫 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작해야 한다. 나쁜 습관 없애기 첫날, 혹은 좋은 습관 만들기 첫날이 바로 오늘이다. 내일 그것이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또 시작하면 되고 매번 깨어져도 괜찮다. 적어도 나쁜 습관 없애기, 좋은 습관 만들기라는 습관이 생길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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