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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우탱고 Dec 16. 2022

현희 1.

그 아이 이름은 현희였다. 다양한 머리핀을 하는 아이였다. 그날도 현희는 리본이나 꽃 혹은 나비, 별 등의 모양을 가진 머리핀을 꼽고 있었고 아마도 리본 모양의 핀이 느슨해진 땃에 다시 꽂으려 했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 10여분 지났을까? 요란한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동철이와 배근이가 두어 걸음 거리를 두고는 대치하고 있었다.


동철이는 학기초에 현풍에서 전학 왔는데 내 기억 속에서 이미 다 커버린 군인 같은 모습이고 배근이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못된 형 같은 모습이었다. 평소 배근이는 도시락 없이 등교해서는 젓가락 하나만 가지고 같은 반 친구들의 맛있는 찬을 우선으로 도시락을 뺏아먹었는데 전학 온 동철이 도시락 반찬이 불고기였고 그것을 노린 배근이가 젓가락을 날리자 동철이가 밀쳐내었던 것이다.


평균보다 덩치가 컸던 둘이 대처하고 있으니 반이 꽉 차 보였고 옆반에서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이에 앉아 있었던 현희였다. 그 아이는 한쪽 눈을 감싼 채 울고 있었지만 모두들 싸움에만 집중한 탓에 현희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현희에게 달려갔다. 동철이에게 밀쳐친 배근이가 현희의 등에 부딪혔고 그 순간   리본핀이 그녀의 오른쪽 눈을 찌른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을 생생히 보았다.


현희는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젤 이뻤고 우리 집 바로 옆에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사를 와서 우린 5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다.  공부며 그림이며 글짓기 등 못 하는 것이 없고 그 아이의 피아노 소리를 들릴 때면  담장에  한 여름 매미처럼 붙어 있곤 했었다.


"현희야"


나의 큰소리에 비로소 모든 아이들이 내가 달려가는 현희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현희를 들쳐 엎고는  통로에 서 있는 배근이에게 소리쳤다. "비켜".


배근이는 나 보다 덩치가 두배는 컸고 다른 아이들을 이유 없이 괴롭히는 성격이 못된 아이였고 나를  유독 괴롭혔다. 나의 이름이 정근이고 자기하고 사이가 좋지 않은  사촌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였다.


"야 새끼야 비키라니까!"


나는 오른손으로 현희를 받히고 왼손으로 배근이의 가승을 밀쳤다. 순간적인 공격이었던지 배근이가 휘청대다  바닥에 주저앉았고 나는 현희를 엎은 채로 그를 성큼 넘어 양호실로 달려갔다.


달리는 등 뒤로 현희의 엉엉 소리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느껴지고 아이들의 "어~" "오~" "와~ 등의 함성과 박수소리까지 따라왔고 3월의 오후, 창을 뚫고 들어오는 봄햇살도 나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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