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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우탱고 Feb 04. 2023

그녀는 예뻤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고속버스에서의 짧고 얕지만 달꼼햔 잠을 깨우는 소리에 민감해진 마음으로 눈을 떴다.

 앞 좌석 옆라인에 앉은 여성이 화장을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부스럭됨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살짝 짜증이 났지만 그녀는 예뻤다.


 처음 탈 때 보았을 때도 예쁘다 싶었는데 화장을 하고 있으니 더 예뻐진 모습이다. 나도 모르게 화장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는 가방 안에서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꺼내고는 얼굴에 터치하는 순간 조금 더 예뻐지고 또 뭔가를 꺼내서 터치를 하면 더 예뻐지기를 계속한다. 내가 눈을 뜨고 본 이후로도 네 번의 터치를 더 했다.

 그러다가 큰 붓 하나가 좌석 뒤쪽으로 떨어졌다. 뒷좌석에 앉아 곯아떨어진 어떤 남성의 발 앞에 놓인 그녀의 붓. 하지만 그녀는 눈치 못 채고 이것저것 덧바르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른 템포의 뒤적거림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아마도 큰 붓이 필요한 순간임에 틀림없고 분명 사용했었는데 안보이기에 엉덩이를 덜썩거리며 분주하게 찾고 있는 것이리라. 그녀는 뒷사람 발아래 놓인 큰 붓의 존재를 전혀 눈치 못 챈 체 그로 인해 화장은 멈춰졌고.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 큰 붓의 존재를 어떻게 할까? 거의 화장을 다 한 듯한데 아마도 하이라이트를 치는데 필요한 것 같은 큰 붓.

 "저기요" 나지막이 그녀를 불렸지만 그녀의 분주함에 묻혔기에 서너 번 더 손짓하며 부르니 비로소 건너편 뒷자리에 앉은 나를 발견했다. 그 순간 정면으로 본 그녀는 정말 예뻤다.
 
"혹시 붓 찾으세요?" 나의 말에 붉은빛이 양뺨에 스르륵 물들었고 그로 인해 하이라이트는 더 이상 필요 없어 보일 정도로 그녀는 더 예뻐졌다.

 "저기 뒤쪽 분 발아래 떨어졌어요" 손가락으로 그녀의 뒷자리를 가리키며 큰 붓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붓을 찾기 위해 통로 쪽으로 몸을 돌려보았다가 창쪽으로 돌려보았다가 고개를 아래로 넣어보았다가 하는 가능한 모든 자세를 만들어 보았지만 절대 각이 나오지 않아 버둥되고 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기울이여 팔을 쭈욱 뻗어 옆라인의 잠자고 있는 남성의 발아래 놓인 큰 붓을 조심스레 건져 올렸다. 그녀는 나의 행동을 더 붉어진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었고 줍기에 성공한 큰 붓을 반짝 들어 보이니 입술이 네모지게 커다란 웃음 띤 얼굴로 반응했다.

 다시 팔을 뻗어 그녀에게 건네니 그녀 역시 두 팔을 뻗어 붓을 받고는 "고맙습니다" 연신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화장을 이어갔다.

  휘익 휘익 큰 붓이 지나간 이마와 콧등이 반짝거리고 작은 붓으로 입술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후에야 화장을 마치는 듯했고 버스는  곧 종착지인 유성에 도착했다.

 그녀는 나를 돌아보고는 다시 인사를 꾸벅하고 통로를 따라 버스에내렸고 마중 나온 남자 친구임에 분명한 누군가에 폴짝 안겼다.

 붓 찾아 주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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