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의 방향을 잡자.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고 모순적이다.
해고 통보를 엄청 반가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자신이 없어진 과거의 내 모습이 말이다.
이 모순이 생긴 이유는 '회사를 관두고 다른 것을 하고 싶은 나'와 ' 보편적인 삶을 살고 싶은 나'와 부딪힌 거다. 그 당시 나는 '나' 보다 '보편적인 삶'을 더 중요시했다.
난 내 인생을 그다지 주체적으로 살아오지 않은 것 같다. 당시 나는 미술을 좋아해서 미술학원에 다녔고 하고 싶은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나름 주체적으로 살아왔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난 미대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학원을 다니니까 입시미술을 시작했고 만화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만화과에는 잘 그리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디자인과로 도망을 갔다. 그리고 디자인과가 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것 같았다.(당시에는 만화사업이 그리 활성화가 돼있지 않았다.) 입시를 망해서 전문대에 입학했지만 왠지 4년제에 가줘야 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별 의미 없이 열심히 학점을 쌓아 4년제로 편입했다.
이 인생에서 나의 뚜렷한 주관은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썼고, 그냥 남들이 다 그러니까. 정해진 길로 갔고 그대로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간 거다. 남들처럼 길을 가야 하는데 해고 통보를 당하고 회사에 적응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 그냥 인생이 끝장났다고 밖에 안 느껴진 거다.
그것이 뭐가 중요할까. 인생은 쉽지만 어렵고 길이 하나인 것 같지만 무궁무진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