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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Apr 19. 2023

스타벅스에서 웃음거리가 된 이야기

큰 웃음 준 우리 형

전화가 왔다. 형이었다.

 우리 형은 나와 다르게 과묵한 경상도 남자다. 평소 말도 많이 없고 얼굴도 남자다워 쉽게 사람들이 말 붙일 수 없는 인물이다.


웬일로 전화가 온 형은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어 주의 깊게 들었다.


자기가 세상에 웃음을 줬다고 한다.

말도 많이 안 하는 사람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건은 이랬다.

형 부부는 스타벅스를 잘 다니지 않는다.

오랜만에 공휴일이라 스타벅스를 갔는데, 형수도 예전에 스타벅스 회원을 가입하고 닉네임을 아무 생각 없이 적었다.

2층에 좋은 자리가 나서 자리를 잡고 형과 형수는 주문을 기다렸다.

주문하신 음료가 완료되었고 했다. 형은 기다리라 말하고 아래층으로 갔다.


아무 생각 없이 내려갔는데,

픽업대에서 부른다.

"똥강아지님. 똥강아지님."

형은 직감했다. 저건 우리 음료다.

밑에 있던 젊은 여성들은 창가에서 카운터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낄낄 웃었다.


에이. 모르겠다.

가는 순간에도 눈치 없는 직권은 계속 불렀다.

"똥강아지님. 똥강아지님"

안 가지고 갈 수도 없고.

형이 음료를 들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들렸다고 한다.


전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형은 말했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진짜 처음이다.

사람들이 내가 가니 쳐다보는데 진짜 코미디언이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니까."

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을었을 형을 생각하니 우스웠다.


나는 말했다.

"사람에게 기쁨을 줬네. 좋은 일했다."


사실 인터넷에는 더 심한 에피소드들도 많지만 한 건너 듣는 것과 체감하는 것은 다르다.

보통 부끄럼 많은 아저씨가 뜬금없이 똥강아지로 불리면 얼굴이 화끈 거린다.


요즘 유튜브에 몰카도 많이 하던데 실제 매장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즐거웠을까


나는 하루에 얼마나 웃는지 생각해 봤다.

아니 당신은 하루에 얼마나 자주 웃고 있나?


나이와 반비례하는 게 있다면 웃음의 횟수인 것 같다. 아주 어린 아기들은 언제나 꺄르르다. 혀만 날름 거려도 웃겨 죽겠다는 듯이 웃는다.

학교 다닐 때는 어떤가.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선생님의 농담에도 그렇게 크게 웃었다. 점점 나이가 들면 마음은 넓어지고 웃을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웃음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이유야 호르몬도 있고 여러 사정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함께 하지 삶의 양식에도 영향이 큰 것 같다.


우리는 모든 웃음을 웃음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웃음도 종류가 있다.

크게 분류하면 작은 웃음과 큰 웃음.


작은 웃음은 혼자 웃는 가벼운 웃음이다. 쇼츠로 유튜브를 보며 키킥 거리는 웃음은 작은 웃음인 것 같다. 단발성으로 지나가고 마음의 여운도 작다.


 큰 웃음은 박장대소같이 시원하게 웃는 웃음도 있지만 함께하는 웃음을 떠올렸다.

사람은 함께 했을 때 감정은 커진다.

같은 음식이라도 혼자 먹는 음식은 맛없다.

같은 영화라도 혼자 보면 재미가 없다

함께 했을 때 더욱 커지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난 웃음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함께 웃는 것은 큰 웃음이다.


요즘도 그립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을 함께 보며 웃던 그날이. 어떤 날은 친구와 봤고, 어떤 날은 가족이 모두 모여 웃었다.

함께 했던 웃음은 입 밖으로 나와서 다시 가슴으로 들어온다. 허무로 끝나지 않고 그리움으로 남는다.

나는 이를 큰 웃음이라 생각한다


형은 오늘 몇몇에게 큰 웃음을 준 것일지 모른다. 오늘 그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서 그 웃음을 나누지 않겠나.

형이 오늘 뜻하지 않게 참 좋은 일 했다.


내 삶에도 작은 웃음도 좋지만 큰 웃음을 웃는 시간이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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