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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Mar 07. 2023

가난하면 무시해야 제 맛이다.

가난한 자만이 이런 일을 해야 하나

며칠 전 일이다.

세상에서 똑똑이로 소문난 녀석에게 물어봤다.

인간에게 가난은 힘든 것인가?

초거대 인공지능 gpt는 그렇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이유에 힘드냐고 물었다.

그중 이 말이 흥미로웠다.

가난은 사회적인 차별을 발생시킵니다.

나는 한편으로는 너무 과한 답변이라 생각했다. 단지 가난이 개인적인 일로 아픈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 괴로움을 준다니.


다음날 아침 샤워를 하고 나와서 머리를 말렸다. 출근하는 나를 위한 마지막 힐링,

커피를 마시며 앉아서 손으로 슥슥 긁어대며 기사를 봤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이 자산이 많다고 방송을 탄 후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돈 많은 사람은 환경미화원을 하면 안 된다며 해고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환경미화원은 모두 가난한 자라는 편견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화난 댓글들이 많이 보인다. 이들의 분노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부자들의 탈세, 갑질, 정치인의 비리, 강도, 살인 등 하루에도 수많은 기사가 있다. 이런 범죄보다 돈 많은 자가 환경미화원을 한다는 것에 화를 내는 이들.


마더 테레사가 말했다. "가난한 자들은 돈으로서의 부족함보다 오히려 인간적인 존엄성의 부족함을 더욱 느낀다."


나는 생각했다.

상상은 체험보다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체험은 상상보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가볍게 생각했던 챗gpt의 대답이 새삼 떠오른다. 사회적인 차별. 이런 편견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게도 경험이 있었다.


대학생 시절이었다. 21살 정도 되었을 때다.

난 당시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집의 형편은 넉넉지 못해 나는 정말 다리만 펼 수 있는 고시원에서 1년 정도 살았다.

공간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꼈다. 아무리 공부만 한다지만 화장실도 없는 좁은 방은 심리적인 우울감을 줬다. 정말 여기서 더 있다가는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대학가 근처에 있는 싼 원룸이 있는지 살피고 다녔다. 당시는 어플로 방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공인중개사에게 가면 돈이 더 들 것 같아 직접 전단지를 보며 돌아다녔다.


학교에서 적당히 떨어진 원룸으로 갔다. 새파랗게 칠한 대문에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 대답이 없어. 전단지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40대 정도 된 아주머니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저 집 보러 온 학생입니다."

"아 그래요?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제가 골 프 를 치고 가는 중이거든요. 호호호."

아주머니는 악센트를 주어 말하며 즐겁게 웃었다.


난 문 앞에 서서 꽤나 주인을 기다렸다. 문자로 이제 계속 거의 다 왔다고 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30분이 거의 넘게 서 있었다.


"아이고 학생 오래 기다렸지. 호호"

아주머니는 화려한 옷을 입고 크게 웃으며 종종 걸어왔다.

"네. 방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럼 그럼 우리 집이 이 근방에서는 제일 좋으면서도 가격도 제일 합리적이지. 학생 알지?"

아주머니는 방을 보여주기도 전에 자랑을 하셨다. 2층으로 가서 방을 봤다. 방 하나에 작은 화장실이 딸려 있는 곳이었다. 지금 살라고 하면 살지 못할 만큼 작다. 하지만 당시에는 화장실이 딸려 있고 가로로 누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만 해도 궁전처럼 보였다.

"호호호 좋지? 여기가 학교와 가까워서 금방 나가는데. 학생 운이 좋네. 딱 하나 남은 거야."

"예. 그런데 가격은 얼마나 되는가요?"

"싸. 엄청 보증금 3000에 월 40만 원이야."

"제가 목돈이 없어서 그런데 보증금을 좀 줄여줄 수 있는가요?"

내가 실수를 한 것인가? 순간 그렇게나 경쾌하던 아주머니의 표정이 식었다.

한마디 내뱉었다.

"안돼  요즘 세상에 3000만 원 없는 이 어딨을까. 부모님께서 그것도 준비 못해?"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을 나에게 던지고 문을 닫고 그냥 나가버렸다.


나는 결국 집을 못 찾고 다시 비좁은 침대에 몸을 구겨 넣듯 집어넣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가난을 향한 세상의 눈빛이

3000만 원이 없는 사람이 어딨 냐는 사람 앞에 3000만 원이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닐까


내게 가난 자체는 아픈 게 아니라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 가난을 아프게 하는 것은 가난 자체보다 세상의 시선이었다.


우리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가난하면 무시해야 제 맛일까?

사람은 사람으로 똑같이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아닐까?


봄이 온다

우리의 눈에도 태양이 깃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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