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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31. 2022

정말 이것만 알면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

원래란 단어

어두운 저녁이었다.

해가 급히 떨어지고 세상은 때보다 이르게 지쳐 있었다. 헐떡 고개를 오르는 서울의 대학 캠퍼스.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다.

난 갓 입학한 새내기였고 서울에 처음 올라온 촌놈이었다


"효롱아 내 머리 어때?"

웃음이 많은 친구는 짧게 자른 단발머리를 흔들며 물었다.


"와. 대단한데? 어디서 깎았어? 나한테 알려줘."

난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삐죽이 답했다.


"왜?"

그녀는 얕게 상기된 목소리였다.


"안 되겠어. 누가 니 머리에 장난치고 왔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돈은 받고 자른 거지?."

원래 이런 놈이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것은 "원래"라는 단어다.

이것은 변화해야 할 통로 자체를 단 두 글자만으로 막아버린다.

그것은 어쩌면 제일 편한 자기변명이었을 것이다.


난 당시 알프레드 아들러를 몰랐고 에리히 프롬만 알고 있을 뿐이었지만 사실 그 이상의 책을 읽었어도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 "원래"라는 장비 같은 단어가 변화의 길 가운데를 지키고 있었으니....

하지만 20살 어간의 효롱은 이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원래 그런 놈이었니까



요즘 나는 자주 웃는다.

호구 같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하지만 원래 내가 그런 사람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나의 이 "원래"란 딱딱하고 거친 단어를 깬 것은

한 방울의 눈물이었다.


한 겨울의 서울은 추웠다.

검은 밤, 가로등 아래

난 여전히 원래 짓던 굳은 표정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며 사는 것은 한심한 일이야. 왜 사람들한테 시간을 그렇게 많이 쏟아부어? 니 인생에 대한 준비는 언제 하냐고."

언제나 그렇듯 쓴소리를 검은색 굵은 실처럼 끊임없이 뱉어냈다.


그래도 항상 웃던 그 친구는 말이 없었다.

낯선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처음 보았다.

여자의 눈물이 란 걸.

그것은 단 한 방울이지만

내게는 밤처럼 깊었으며

떨어지는 별처럼 깊은 심상을 자아냈다.


그리고 샘물에 조약돌을 던지듯 그녀는 한 마디 했다.

"난 웃으려 죽도록 노력하는데 넌 왜 그래?"


항상 웃던 아이. 하얀 피부처럼 해맑기만 한 아이. 태어날 때부터 원래 긍정의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생각한 아이. 내가 칠흑이면, 너는 옥색.

내가 원래 그렇듯 너 또한 원래 그러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느꼈다.

사람은 같고 마음은 스스로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란 것을......


이후 난 노력했다. 큰 것들은 아니었고

 "원래"라는 머리를 감싸던 모자를 벗었다.


처음은 잘 되지 않았다.

1년이 지났다. 똑같은 내가 있었다.

2년이 지났다. 또 똑같은 내가 있었다.

3년이 지났다. 누가 나보고 자주 웃는다 했다.

20년이 지나니 이 글을 읽으라는 이야기 적다.


원래란, 나를 위한 변명으로 쓰면 안 된다.

원래 사람은 마음먹은 대로 행복할 수 있다.

이게 원래의 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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