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화

편한 길

by 옥상위에서

2030년 4월 22일 날씨: 비


"한국 사람들은 원래 그래."

"애들은 사춘기가 되면 다 그래."

"회사 밖은 지옥이야."

"유럽은 진부하지 않아?"

여기서 이야기하는 '애들', '회사 밖', '한국 사람들', '유럽'은 모두 주어이다. 그리고 어떤 특정 집단이나 다수 또는 다양한 환경들을 묶어서 이야기하는 단어나 표현이다. 즉,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묶여 있을 뿐 그 언어 속에 묶인 각각의 개체가 동일한 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유사한 조건을 공유하는 집단일 뿐.

그런데 우리는 언어를 기반으로 사고한다. 사고를 표현하기 위해서 언어를 고안하였는데, 반대로 언어도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현상이 지금까지 언급한 일반화이다. 언어적으로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집단을 같은 특성이 있는 대상들로 여기는 현상이다. 이런 일반화는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힘을 결집해야 할 때는 상당히 좋은 수단이 된다. 독재자들이 주로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방법이다. 게르만 족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던 히틀러, 대일본제국을 이야기하던 일본의 전체주의자들 등. 하지만 개별 단위의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저해요소가 된다.


다들 아는 이야기를 진부하게 서두에서 다룬 이유는 이런 일반화 현상을 개인에게 대입해 보기 위함이다. 그나마 나를 둘러싼 다른 환경이나 타인을 향하여 내가 일반화를 적용할 때는 스스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편이다. 왜냐면 나를 둘러싼 주변에 대한 나의 이해가 축소나 왜곡되는 것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나를 일반화 속에 던져 넣기도 한다. 가령 예를 들면,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오늘은 영 의욕이 없네."이런 의미의 말이나 생각을 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이나 말의 근원이 되는 생각은 '직장인은 월요일을 싫어한다.'이다. 모든 직장인이 월요일이 싫을까? 어린이 만화 "브레드 이발소"를 보면 "윌크"라는 우유모양의 이발소 직원이 나온다. 윌크가 출근하며 부르는 노래가 있다. "오늘은 신나는 월요일, 열심히 일을 하지요~~~." 물론 신나는 마음까지 가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물론 하루하루가 신나고 기대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적어도 신나진 않더라도 월요일이 싫은 직장인의 일반화 그룹에 나를 강제로 넣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한 번 나를 그 일반화 그룹에 넣으면, 그룹에 넣었던 생각의 방향대로 사고가 굳어지면서 좀처럼 나오기 쉽지 않다.

"사춘기 아이들이 뭐 다 그렇지."라고 내 아이를 일반적인 사춘기 아이들 그룹 속에 넣으면,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가 나의 아이를 그렇게 일반화하여 생각한다면, 내 아이가 그런 사춘기를 겪을 가능성이 그만큼 올라간다.

투자도 똑같다. 나를 일반적인 개미 그룹에 넣으면 나는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사람이 된다. 나는 그래서 개인투자자를 개미라고 일반화된 그룹으로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남들이 나를 일반화된 그룹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들의 생각까지 내가 어찌할 수는 없으므로. 하지만 내가 나를 직접 그룹핑하는 행위는 되도록 지양하고 싶다.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즐겁게 살지, 뭘 그렇게 깐깐하고 복잡하게 살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출생이고, 결말은 죽음이다. 그 사이 삶은 과정이다. 관 속에 들어가기 전에 "정말 미친 듯이 멋진 여행이었어."라고 말하며 생을 마감하기 위해 사는 과정이다. 일반화된 유아기를 보내고, 일반화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일반화된 사춘기를 보내고, 일반화된 청년기를 보내고, 일반화된 어른으로 살다가, 일반화된 노년기를 맞으라고 주어지는 과정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들처럼 혹은 일반적인 삶을 살지 않고, 나답고 괴상하게 살아보려 노력하는 하루를 보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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