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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시간

영혼의 다이어트

저는 다이어트 과정 중에 명상, 묵상을 중요하게 사용합니다. 그런데, 처음 단계에서 묵상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몇 번 해보다가,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한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처음 묵상을, 명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조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걱정을 할 수 있습니까?" 

"예! 하루 종일 걱정으로 보내죠. 걱정이야말로 제 18번이에요." 

"걱정이 묵상입니다. 한 주제로 계속 생각하는 것이 묵상입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처음부터 허심, 무아의 경지에 가려는 것은 마치 달나라로 갈 로케트도 없으면서 달 표면을 걷는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달 표면을 걷고 싶다면, 우선 로케트에 타야 합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달이 아니지만, 달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케트나 손가락이 필요합니다. 도로시가 따라갔던 노랑 벽돌 길은, 실제 진리에 이르는 길이 아니었지만, 그 노랑 길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캔자스 옛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거예요. 


그 로케트와 손가락과 노랑 길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허리 펴기


처음엔, 허리를 펴고 있는 것만 지키면 됩니다. 바른 정신은 바른 자세에서 시작합니다. 물론, 이 바른 자세도 실체는 아니지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입니다. 허리만 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지만요... 잡념이 떠오르면, 그 잡념을 생각하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를 생각하세요. 그냥 바라보세요. 이렇게 5분에서 10분을 하셨다면, 첫 번째 명상 훈련은 잘하신 것입니다.


두 번째, 생각하기


이번엔, 쉽습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주제를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주제를 드릴뿐, 해답을 드리지는 못합니다.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주제 하나를 선택해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답은, 이 생각하기 시간에 나올 수도 있지만, 호흡하기 또는 깊은 묵상의 과정에서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하기의 한 예를 소개하겠습니다. 주제는 '어제 저녁의 폭식'입니다.   


  '어제 저녁 때, 왜 그렇게 많이 먹었을까? 이것부터 시작해보자.'

  '우울했어, 우울하면 막 입맛이 당기잖아.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서… 우울했어…'


  '왜 우울했지?'

  '얼마 전에 그 친구를 보고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 그때는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으니까, 그 친구는 다 잘하는 것 같고, 나는 다 못하는 것 같고... 실패자야...'


  '잠깐, 이런 생각들이 잘못된 믿음이나, 왜곡된 자아상에 의해 형성된다고 배웠었지...' 

  '사실 잘 믿어지지는 않아. 나는 내가 봐도, 확실히 한심한 면이 있어... 그래도,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래, 우선 나는, 인간 관계가 엉망이진 않아. 소수지만 좋은 친구들도 있고... 

   또 뭐가 있더라? 일도 꽤 하는 편이야. 스트레스를 엄청 받긴 하지만, 마감을 넘긴 일이 거의 없었어…'


  '결국 내가 갖고 있는 실패자라는 내 이미지는... 사실이 아닌 것일 수도?'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들... 기분이 좋을 때도, 내 마음 깊숙이 숨겨져 있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있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잘 생각해 봐야겠다.'


세 번째, 호흡하기


이번에는, 호흡을 이용한 훈련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앞의 '생각하기'에서 했던 내 생각들이, 전혀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앞서 하던 생각들이 머리에서의 움직임이라면, 이 호흡 훈련을 통한 움직임은 우리의 가슴 안 쪽에서 다루어지는 방법입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이 훈련을 통해 깨달음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먼저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세요. 
코의 점막을 통해 드나드는 공기를 느끼고, 
흉곽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호흡에 집중하면서 좀 더 효과적인 묵상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래 사는 동물은, 시간당 하는 호흡의 수가 훨씬 적다고 합니다. 거북이 같은 동물 말이에요. 자, 이번엔 이 호흡을 길게 늘이는 훈련입니다. 하나, 둘, 셋, 넷을 천천히 세면서 숨을 들이쉬고, 하나, 둘, 셋, 넷, 숨을 참고, 하나, 둘, 셋, 넷, 천천히 숨을 내쉬어 보세요. 너무 호흡이 길어 숨이 차다면, 숫자를 줄이거나, 숫자를 좀 빨리 세면서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10번 정도를 반복합니다.


호흡은 아주 집중적인 내면의 상태로 들어가기 위한 길, 통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통로도 중요하지요. 저는 이것을 내면, 무의식, 감추어진 성정(性情)의 소리를 듣는 좋은 길이 될 수도 있다고 여깁니다. 내게 있어 다이어트는 어떤 의미인지, 새로운 깨달음이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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