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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잘 준비를 하다 보면,
잠이 달아나버리지?

2008년 1월


30대 후반인 H 씨는 벽시계를 쳐다본다. 


잠잘 시간이다.


그는 잠겨 있지 않은 창문은 없는지 문단속을 한다. 

그리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양치질을 하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보일러의 온도를 맞춘다.

핸드폰으로 모닝콜 시간을 정해놓고,

벽시계를 힐끗 쳐다본다.

다시 한번 잘 시간임을 확인한다.


그리곤... 한 마디 되네인다. 


“... 왜 잘 준비를 하다 보면 잠이 다 달아나버리지?”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방안의 장난감이나 인형들이 깨어나서 파티를 벌이듯 정말 우리 몸 안에서는 마법이 시작된다. 하루 종일 힘들었던 우리 몸과 마음이 다시 힘을 얻고 회복된다. 잠자는 동안 근육의 피로와 긴장이 풀어지고, 스트레스에 찌들었던 우리 뇌도 휴식을 얻는다. 잠을 잘 자고 나면 아이들은 키가 큰다. 학생들은 집중력이 높아진다. 여성들은 부기가 가라앉는다. 푸석푸석했던 피부가 다시 생기를 얻는다. 남성들은 기력을 회복한다. 얼굴색이 밝아진다. 


우리 몸은 밤이 되면, 음기가 충만해진다. 음양(陰陽)의 순리에 따라 낮에는 양, 밤에는 음에 맞는 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낮에는 원기 왕성하게 활동하게 되고, 밤에는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사시사철 기운에 따라 우리의 잠자는 시간도 달라짐을 얘기한다. 그래서 낮이 긴 여름보다는 밤이 긴 겨울에는 좀 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을 건강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도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것에 대해, 맨 먼저 나열한 것만 보아도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잠’이 우선임을 알 수 있다. 필자도 진료실에서 이야기한다. 잠이 우선이라고.. 다이어트를 위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 시간에 운동하는 것보다는 잠을 잘 자는 것이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럼, 잠을 잘 자기 위해 즉 음기에 순응하는 방법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보자. 


첫째, 낮에 양기를 잘 소모해야 밤에 음기가 잘 돌게 된다. 기운, 에너지를 힘껏 사용해야 한다. 활동량이 부족하다면, 움직여야 하고 운동이 필요하게 된다. 깊은 잠을 위해, 우리는 낮에 열심히 살아야 한다. 오히려 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낮 시간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둘째, 음기는 조용하고 어둡고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양기가 시작이라면, 음기는 마무리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오늘 하루를  떠나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날 걱정으로 족하고, 내일 일은 또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용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도 참 안 되는 부분이다. 자꾸 떠올리게 되고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 우리 몸을 꿈나라로 떠나가지 못하게 움켜쥐곤 한다.


셋째, 외부적인 조건으로 음기의 조성이다. 우리 몸은 빛에 반응한다. 밝은 조명, 핸드폰 화면, TV 화면, 컴퓨터 모니터 등의 빛에서 우리는 잠들기 어려워진다. 먼저 우리 눈이 집중하고 노력하지 않도록 잠자는 방을 만들어 주도록 하자. 천정에서 내려오는 밝은 직접 조명보다는 은은한 스탠드 같은 간접 조명이, TV보다는 라디오가,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기보다는 오디오북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열기 가라앉히기이다. 낮에 치열하게 살았던 결과로 열이 우리 몸의 위로 솟아 있기 쉽다. 이 열기는 지나친 스트레스, 육체적인 피로, 흥분, 가슴의 두근거림 등으로 다양하다. 집에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발바닥 마사지다. 발바닥 전체를 꾹꾹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머리와 눈의 피로가 풀리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쉽게 잠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발바닥과 발가락의 연결부위와 발바닥의 움푹 파인 중앙(발가락 끝과 발뒤꿈치를 이은 중앙선의 앞 1/3 부위)점을 좀 더 눌러보자. 누르기가 귀챦다면 족욕도 괜찮다.


끝으로, 한방차도 이용해보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맘이 분요하고 열이 가슴께로부터 치솟아서 잠들기가 어렵다면 박하차를 추천한다. 특히 화가 나고 분이 사그라들기 어려울 때, 업무량이 많아서 머리도 몸도 무겁게 느껴질 때 도움이 된다. 또한 평소에 추위를 잘 타는 편이고, 쉽게 놀라거나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불안하면서 잠들기가 어렵다면 대추차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심한 피로감으로 잠들기가 힘들다면 인삼차나 홍삼차 한잔을 즐겨보자.


H 씨의 평안한 수면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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