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열심히 사는데, 왜 다들 비슷하게 불안할까?

감정뒤에 숨은 구조와 공통점

by NOAH KIM

[먼저 보기 : 2. 다들 다른 준비를 하는데, 왜 결론은 비슷해질까?]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3


[열심히 사는데, 왜 다들 비슷하게 불안할까?]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많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도,

지금 자리에서 버티는 사람도

대체로 게으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애씁니다.


시간을 쪼개고,

정보를 모으고,

자신을 증명할 문장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으려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도

안도감보다 초조함이 먼저 오고,

하나를 끝내도

곧바로 다음 준비가 떠오릅니다.


왜 그럴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노력의 양보다

사람이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심리학자 Hobfoll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중요한 이유를

‘가치 있는 자원의 상실’ 혹은 ‘상실될 가능성’에서 찾았습니다.

시간, 에너지, 자신감, 안정감, 기회, 평판 같은 것들이 위협받을 때

사람은 쉽게 긴장하고 예민해집니다.


게다가 자원은 한 번 줄어들기 시작하면

추가 손실로 이어지기 쉽고,

그래서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지 않는 데 더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이 틀로 보면

요즘의 취준생과 직장인은 꽤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취준생은

기회를 잃을까 봐 불안합니다.


늦을까 봐 불안하고,

비어 보일까 봐 불안하고,

준비가 모자라 보일까 봐 불안합니다.


직장인은

다른 것을 잃을까 봐 불안합니다.


자리의 안정성을 잃을까 봐,

경쟁력을 잃을까 봐,

쓸모 있다는 감각을 잃을까 봐 불안합니다.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불안의 구조는 닮아 있습니다.


아직 얻지 못한 것을 향해 뛰는 사람과,

겨우 얻은 것을 잃지 않으려 버티는 사람.


둘 다 자원을 지키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쉽게 편해지지 않습니다.


더 노력하면 해결될 것 같지만,

실은 더 많이 투자할수록

잃으면 안 되는 것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더 넣고,

에너지를 더 쓰고,

기대를 더 걸수록

사람은 오히려 더 쉽게 흔들립니다.


여기서 불안은

노력 부족의 증거가 아니라

이미 많은 것을 걸고 있다는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불안한 이유는

무언가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와 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 사이의 간극을

계속 의식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심리학자 Higgins는

사람이 실제의 자기와

이상적인 자기, 또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여기는 자기 사이의 차이를 크게 느낄수록

특유의 불편한 감정을 경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의 내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끼면

사람은 쉽게 낙담하거나 초조해질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을

지금의 취업시장과 직장 문화에 가져오면 더 선명해집니다.


취준생은 늘 묻습니다.

나는 아직 왜 이 정도일까.

저 사람은 벌써 저만큼 갔는데

나는 왜 아직 여기일까.


직장인도 비슷합니다.

나는 왜 아직 이 정도 성과인가.

왜 저 사람은 더 빨리 올라가고,

더 매끄럽게 말하고,

더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구를 다루는가.


예전에도 비교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가 훨씬 더 개인적입니다.


단순히 남이 잘났다는 사실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할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유통됩니다.


좋은 포트폴리오,

정리된 이력,

깔끔한 커리어 서사,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이제는 AI를 다루는 감각까지.


문제는

이상적인 기준이 많아질수록

실제의 나는 더 자주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불안은 그래서 생깁니다.

객관적으로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도달해야 한다고 믿는 모습이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사람은 단지 열심히만 산다고 버틸 수 없습니다.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고 느껴야

그 노력이 견딜 만해집니다.


사회학자 Siegrist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부족한 상태를

스트레스를 낳는 핵심 구조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보상은 돈만이 아닙니다.

인정, 존중, 안정, 승진 가능성,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포함됩니다.


즉, 많이 애쓰는데 돌아오는 것이 적다고 느끼면

사람은 쉽게 지치고 긴장하게 됩니다.


이건 지금의 직장인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일은 많아졌는데

평가는 얇고,

기대는 높은데

안정감은 약하고,

계속 배우라는데

충분히 인정받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는

취준생에게도 이미 시작됩니다.


준비는 길어지고,

기준은 복잡해지고,

들인 시간은 많은데

합격과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애쓴 만큼 돌아온다는 감각이 약할수록

사람은 더 초조해집니다.


열심히 하는데 왜 불안하냐는 질문은

사실 조금 잘못된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질문은 이것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걸고 있는데,

왜 아직도 충분히 돌려받고 있다는 감각이 없는가.


자원을 잃을까 두렵고,

이상적인 기준은 계속 멀어지고,

노력 대비 보상은 분명하지 않다면

비슷한 불안이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의 불안은

개인적인 감정이면서도 동시에 구조적인 감정입니다.


각자의 사정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아직 들어가기 위해 불안하고,

누군가는 밀려나지 않기 위해 불안합니다.


하지만 감정의 뿌리는 꽤 닮아 있습니다.


잃고 싶지 않고,

뒤처지고 싶지 않고,

들인 만큼 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한 마음.


그러니

요즘 사람들의 불안을

의지가 약해서 생긴 감정이라고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그 불안은

오히려 지금의 경쟁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이 불안을 더 줄여줘야 할 것 같은 도구들이

왜 때로는 오히려 불안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걸까요.


더 빨라지게 해주고,

더 쉽게 시작하게 해주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해주는 기술이

왜 우리를 더 편안하게만 만들지 않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에서 AI를 보려고 합니다.


선택지는 분명히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지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도 함께 커졌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불안은

경쟁이 심해서만이 아니라,

경쟁의 속도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더 짙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음글 보기 : 4. AI는 선택지를 늘렸지만, 왜 우리는 불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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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Higgins, E. T. (1987). Self-discrepancy: A theory relating self and affect. Psychological Review, 94(3), 319–340.


Hobfoll, S. E. (1989). Conservation of resources: A new attempt at conceptualizing stress. American Psychologist, 44(3), 513–524.


Siegrist, J. (1996). Adverse health effects of high-effort/low-reward conditions.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1(1), 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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