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른 '찰나'의 순간들
호주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서핑과 골프다.
하나는 계획했고, 하나는 우연이었다.
호주에 온 목적은 오직 하나 서핑이었다.
‘그냥 외국에서 살고 왔다’는 말로는 내 시간을 설명하고 싶지 않아,
시드니에서 케언즈까지, 서핑 명소라면 다 찾아다녔다.
5년 동안 파도 위에서 살았다.
그러다 락다운이 오고, 일은 바빠지고,
1시간 거리의 바다가 점점 멀게 느껴졌다.
그때 골프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30만 원짜리 남자 중고 클럽,
대충 나간 첫 라운딩에서
생각보다 괜찮게 치는 나를 발견했다.
욕심이 생겼고,
홈클럽을 등록하고 시합에 나가기 시작했다.
나의 첫 홈코스이고
골프를 잘 치고 싶게, 도전의식이 생기게 해 준 골프코스
그렇게, 빠져들었다.
파도와 잔디, 정반대처럼 보이는 이 스포츠 둘의 공통점은 — ‘자연’ 속이라는 것.
하나는 바람과 물결 위,
하나는 바람과 잔디 위.
바다는 매 순간 다른 얼굴을 하고,
골프장은 매 홀 다른 표정을 지닌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
내 몸 하나만 믿고 나의 내면 그리고 자연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 닮았다.
그리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태도를 이 둘에게 배웠다.
비가 오고, 피곤하고, 일이 쏟아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나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장에 간다.
똑같은 자리에 서도 그날의 파도는 단 한 번이고,
그 샷도 매한가지. 다시 오지 않는다.
결국 나를 이기는 연습, 이제는 지는 연습도 해야햐는 까닭이다.
서핑할 때도 그랬듯 이 찰나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뒤돌아보면 그걸 잘 탔냐 못 탔냐의 기억이 아닌 '내가 그 파도를 탔다'
의 기억만이 존재한다.
그러니
다시 오지 않을 지금, 나이 들어 다시 내 30대를 돌아봤을 때를 위해서라도
Good vibes o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