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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

매번 다른 '찰나'의 순간들

by Even today



호주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서핑과 골프다.

하나는 계획했고, 하나는 우연이었다.



호주에 온 목적은 오직 하나 서핑이었다.









‘그냥 외국에서 살고 왔다’는 말로는 내 시간을 설명하고 싶지 않아,

시드니에서 케언즈까지, 서핑 명소라면 다 찾아다녔다.






Maroubra beach, nsw








서핑과 캠핑, 연례행사처럼 매 해 골드코스트로 차를 몰았었다.












내 첫 숏보드 메버릭










5년 동안 파도 위에서 살았다.

그러다 락다운이 오고, 일은 바빠지고,

1시간 거리의 바다가 점점 멀게 느껴졌다.






그때 골프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Huntervalley, cypress golf club











Brighton lakes gc, sydney




















Muirfield gc, NSW




















Carnarvon gc, NSW, 우리 집에서 3분거리




30만 원짜리 남자 중고 클럽,

대충 나간 첫 라운딩에서

생각보다 괜찮게 치는 나를 발견했다.

욕심이 생겼고,

홈클럽을 등록하고 시합에 나가기 시작했다.





나의 첫 홈코스이고

골프를 잘 치고 싶게, 도전의식이 생기게 해 준 골프코스













한번 오고 반해버렸다. 워터헤저드가 18홀중 14개





그렇게, 빠져들었다.


파도와 잔디, 정반대처럼 보이는 이 스포츠 둘의 공통점은 — ‘자연’ 속이라는 것.

하나는 바람과 물결 위,

하나는 바람과 잔디 위.

바다는 매 순간 다른 얼굴을 하고,

골프장은 매 홀 다른 표정을 지닌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

내 몸 하나만 믿고 나의 내면 그리고 자연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 닮았다.




그리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태도를 이 둘에게 배웠다.


비가 오고, 피곤하고, 일이 쏟아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나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장에 간다.



똑같은 자리에 서도 그날의 파도는 단 한 번이고,

그 샷도 매한가지. 다시 오지 않는다.

결국 나를 이기는 연습, 이제는 지는 연습도 해야햐는 까닭이다.




서핑할 때도 그랬듯 이 찰나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뒤돌아보면 그걸 잘 탔냐 못 탔냐의 기억이 아닌 '내가 그 파도를 탔다'

의 기억만이 존재한다.



그러니

다시 오지 않을 지금, 나이 들어 다시 내 30대를 돌아봤을 때를 위해서라도

Good vibes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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