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원래 이것보다 잘 치는데' 형
골프는 혼자 하는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친구와, 지인과, 혹은 처음 만나는 동반자들과 함께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래서일까.
"골프를 치면 그 사람 인성이 보인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구와 함께 쳤느냐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고, 나 스스로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가 가장 자주 함께 치는 동반자, A 군이다.
우리는 거의 짝꿍처럼 함께 라운딩을 나간다.
A군은 골프를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싱글을 찍었다.
쉽게 올라간 만큼 스코어의 기복도 심하다.
일이 바쁜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내 객관적 판단으로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찬 너무 많은 '골프 정보들' 때문이다.
A군은 골프 치는 날이 아니어도, 일하는 도중에도, 틈만 나면 빈 스윙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야말로 우아한 중독, 골프 버그를 제대로 먹은 사람이다.
잘 친 샷과 못 친 샷 사이를 오가며 자기혐오에 빠지고,
동반자에게는 "내가 원래는 잘 치는데..."라며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마치 중계하듯 자신의 플레이를 해설하는 스타일.
때로는 보기만 해도 귀엽고,
때로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괜히 더 놀리고 싶은 캐릭터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열정은 분명 전염성이 있다.
A군과 함께하면 나도 더 집중하게 된다.
한 샷 한 샷, 더 진지해진다.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