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도로 기억되는 싱글골퍼
<22살 때 신안 골프건트리클럽>
나는 어릴 적부터 골프를 접한 덕에 주니어 선수들과 함께 어울려 지냈다. 선수로 써라기보단 부모님은 내가 모든 스포츠를 다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엘리트 체육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실력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고, 아마추어 중에서도 핸디캡이 낮은 편에 속한다. 남들보다 훨씬 먼저 골프를 시작한 덕분일 수도 있지만(하지만 그때도 초보였고 100돌이었다), 다른 사람과 연습을 똑같이 열심히 해도 그에 비하면 더 빨리 실력이 늘었던 것 같다. 무려 10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는데 말이다.
나 역시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에, 나보다 실력 좋은 이들과 어울리려 애썼다. 단지 잘 치는 사람과 함께하면 나도 빠르게 스코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at north bridge golf club /Brighton lakes golf club pennent team>
하지만 내 피부로 느꼈던 것은
싱글 핸디캡이라는 건 단지 스코어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실수를 감싸주는 여유, 함께 치는 이들에 대한 배려, 묵묵하게 응원해 주는 태도. 나는 그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골퍼를 만든다고 믿는다.
내가 처음 함께 라운딩을 했던 그 ‘형님’도 그런 사람이었다.
보기 플레이어였던 나에게 그는 늘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었다. 하루는 그린에 스핀이 너무 안 먹혀서 그린에 공이 떨어져도 모두 굴러서 에지로 나갔던 이상한 날이 있었다. 그때 그 형님은 “그 공이 너랑 안 맞는 걸 수도 있어요. 이거 한번 써봐요.” 하며 자신의 공을 내게 건넸다.
말이 많지 않았고, 괜한 지적도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한참 어린 내가 동반자가 되어준 것에 항상 즐겁다며 고마워했다. 자기도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무려 10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분이었지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반말을 쓰지 않으셨다. 잘 치든 못 치든, 묵묵히 응원해 주고, 실수해도 괜찮다며 위로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덕분에 내 핸디캡도 18에서 한자리 수 까지 줄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가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 그 형님 덕이다. 정말로.
후에 그 형님의 지인들과 모임에 가게 되었는데, 모두가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어른들이었다. 놀라운 건, 단 한 사람도 나를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는 것. 골프를 오래 친 사람들은 안다. 어떤 날은 퍼팅조차 안 되는 날이 있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공이 도망가네~ 그런 날도 있지 뭐.” 하며 다정하게 넘겨준다.
반면, 보기 플레이어 중에는 그런 여유를 가지지 못한 이들이 많다.
조금만 실수해도 “스윙이 너무 가파른 거 아니야?”, “채가 너랑 안 맞아 보여.”, "넌 어프로치가 약점인가 보네? " 같은 지적을 던진다. 그러면 플레이는 무너지기 쉽고, 마음도 금세 조급해진다.
비교하는 게 정말 싫지만 이런 이유로 나는 싱글 플레이어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들도 처음부터 잘 치진 않았을 테고, 그런 여유와 따뜻함은 분명히 쌓이고 배우며 만들어진 것일 테니까.
그러니 골프장 가서 연습을 하는 노력도 하고, 내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 그러면 싱글 핸디캡이 아니어도 어디가서든 환영받을것이다.
어쩌면 골프 실력보다, 나는 그들의 ‘태도’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는 왠지 모르게 또 같이 라운딩 하고 싶어진다.
내가 언젠가 되고 싶은 "왠지 이 좋은 골프장엔 꼭 같이 치고 싶은 동반자"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North bridge gc, nsw>
<brighton golf club, N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