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을 좋아한다

10cm - 스토커

by 김닿아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습관적으로 함께하는 누군가 생기는 일은 버겁다. 마냥 좋아서 벅차다가도, 내가 너 하나에 울고 웃는 걸 너는 알기나 할까, 싶어 또 다르게 벅차는 일. 내 마음은 숨이 차다 못해 흘러넘친 지 오래인데, 너는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를테니까.


한 번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눈을 뜨면 그 사람의 sns를 습관적으로 누르고, 어제 내가 못보고 잔 게 있네, 벌써 새로 올라온 게 있네. 오늘은 바쁜 하루인가보다. 스토리 많이 올라오겠네. 그 사람보다 앞서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하고 기대하는 버릇이 들었다. 부담스러울까봐 흔적을 남기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 이미 다섯 번도 더 들어가서 본 게시물에 하트를 누르기까지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사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자체가 나는 조금 불편하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게된 후로부터는 더더욱. 누군가에게 호감을 품는 일이 꽤나 무서워졌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내 마음이라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 건 조금 억울하기는 해도 지당한 사실이며 명제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반짝거리래. 눈이 부시래. 일상적인 행동조차 그 사람 앞을 지나면 딱딱하게 굳는 스스로도 싫고, 그러거나 말거나 마냥 해사하게 웃는 그 사람도 야속하다. 근데 그 웃음이 해사하다 생각하는 것도 결국 나잖아. 답이 없다. 근데 정말 그 사람은 반짝거린다. 화려한 것을 걸치고 내세워서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진 웃음이, 눈빛이 반짝이는구나. 저건 흉내낼 수도 없는 저사람의 것이구나. 어쩌면 그래서 더 작아졌을 것이다. 눈빛이 참 좋아요. 하고 말을 거는 건 도닦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니까.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저 빛나는 사람 옆에 가서 설 수 있을리가 없지. 그 사람의 공간이 계절을 닮아가며 색색깔로 채워지는 동안, 내 공간에는 어떤 것도 더 늘어날 생각을 안한다.


사실 이만큼씩이나 좋아하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건데. 그냥 멋지네요, 응원해요. 정도로만, 담백하게 호의를 표하고 지나갈 정도로만 좋아하는 게 나았을텐데. 지금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지만, 아무 문제도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렇게 나 혼자 속 시끄러운 일도 없을텐데. 어이도 없고, 고생이다 진짜. 사서 고생. 나 혼자 사서 하는 고생. 내가 벌인 일을 내가 마저 해내는 건 귀찮거나 후회스럽기는 해도 늘 할 만 했던 것 같은데. 이런 게 왜 이렇게 힘들고 외로운 지 모르겠다. 사실 답은 알고 있다. 좋아하는 마음 만큼 욕심이 돋아서 그런 거겠지. 그런데 내가 뭘 안다고. 딱 그사람이 보여주는 만큼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분명 그사람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신은 통후추랑 순후추 중 어떤 걸 더 좋아할까. 쉬는 날에는 어떤 옷을 즐겨 입을까.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무얼까.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무얼할까. 좋아하는 유튜버는 있을까. 짝사랑은 해봤을까. 변기커버를 올려놓지 않는 일로 애인과 싸우기도 할까. 하루 중 어느 시간대를 가장 좋아할까. 혼자 숨죽여 우는 날이 있을까. 어쩌다 그 사람을 마주친다 해도 내 얘기는 부러 하지 않을 것이다. 들려주고 싶은 것이 없으니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게 뭐 대수라고.


이러다 말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그래야 한다.


https://youtu.be/frOBPLdCQBI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난 못났고 별 볼일 없지

그 애가 나를 부끄러워 한다는 게

슬프지만 내가 뭐라고

빛나는 누군갈 좋아하는 일에

기준이 있는 거라면

이해할 수 없지만 할 말 없는 걸

난 안경 쓴 샌님이니까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원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바라만 보는데도

내가 그렇게 불편할까요 내가 나쁜 걸까요

아마도 내일도 그 애는 뒷모습만


이제 알아 나의 할 일이 무엇인지

다 포기하고 참아야 하지

저 잘나가는 너의 남자친구처럼

되고 싶지만 불가능하지

빛나는 누군갈 좋아하는 일에

기준이 있는 거라면

이해할 수 없지만 할 말 없는 걸

난 안경 쓴 샌님이니까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원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바라만 보는데도

내가 그렇게 불편할까요 내가 나쁜 걸까요

아마도 내일도 그 애는

나는 왜 이런 사람 이런 모습이고 이런 사랑을 하고

나는 아무것도 될 수 없고 바라만 보는데도

내가 그렇게 불편하니까 내가 나쁜 거니까

아마도 내일도 그 애는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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