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14 - Okinawa
바람이 기분좋게 부는 날, 나는 이곳에 왔다. 무엇이 문제인지, 내 마음은 또 왜이러는 지 대체 이유를 모르게 마음이 어려운 날이면 늘 바다가 그리워서 발을 구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언제는 그렇게 지겹다더니. 가방만 던져두고 나가는 걸 보고 엄마 아들이 콧방귀를 뀌었다. 어쩌라구. 사이좋게 가운데 손가락을 주고 받고 나왔다. 오랜만에 온 동네는 그새 또 이것저것이 바뀌었다. 세희네 방앗간 쪽 골목이 무슨 카페거리처럼 되더니, 여행 온 듯한 사람들이 늘었다. 처음 보는 카페가 늘었고. 그 사이에 세희네도 여전히 끼어있다. 세희는 동네에 있을 때만 해도 매일같이 보던, 약속이 없어도 꼭 그렇게 만나지던 애였는데 스물에 내가 먼저 서울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스물 셋 쯤 취직을 했다며 올라온 세희를 역근처 맥주집에서 한 번 만났지만, 이상하게도 대화가 툭툭 끊겼다. 둘 사이에서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어색함을 느꼈던 날이었다. 그 이후로는 서울에 세희가 있는 걸 알아도 부러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고, 쉬고 싶은 순간에 굳이 어색함을 뚫고 만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마찬가지였는지 세희에게서도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을지로 쪽이나 가야 남아있을 것 같은 옛가게 간판이 요즘 카페들 사이 끼어있으니 괜히 레트로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어떤 여자분 둘이 세희네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갔다. 아니면 이름이 똑같이 세희인가. 창가 안으로 아저씨 얼굴이 보여서 들어가 인사를 드렸다. 몇 초 못 알아보시는 듯 했지만, 이내 잔뜩 반겨주셨다. 옆 가게에서 음료를 만들 때 쓴다며 주기적으로 흑임자를 사 가는데, 청년이 아주 싹싹하더라. 장사가 잘 되는 지 요즘 그렇게 젊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요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간다니, 웃기지. 그나저나 세희 걔는 어찌된 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그렇게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니, 누구처럼 종종 얼굴이라도 비추러 오면 좀 좋으니. 연락 한 번 해보겠다며, 다음엔 같이 오겠다며, 오예스 두 개를 받고서야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빨간색 오예스 참 오랜만에 본다. 아저씨, 요새는 쿠앤크 맛, 논산 딸기 맛. 별 게 다 나와요. 알록달록한 게 꼭 이 거리 같이 바뀌었어요.
세희네 옆 새로 생긴 카페에 들르니 시그니처로 흑임자 크림 라떼를 판다. 아저씨 드릴 것까지 두 잔을 사다가 하나 드리고 곧장 해변으로 왔다. 해변가에도 창이 큰 카페가 하나 생겼지만, 카페는 서울에서도 지겹도록 가니까. 더군다나 날도 좋고, 바깥에 앉아있기에도 춥지 않아서 한 시간만 앉아 있다 가려고 자리를 폈다. 이렇게 아무 데나 앉아서 이런 글을 쓰는 건 여행 다닐 때나 하는 일인데. 한참을 살던 곳으로 여행을 오는 기분이라니 조금 생경도 하다. 세희네 흑임자 냄새가 코를 기분좋게 간질인다. 똑똑한 곳이네, 여기 흑임자 맛있는 거 어떻게 알고. 음료 위에 덮인 크림을 함께 마시는데, 와중에 바닷소리가 들리니 바다까지 같이 시원하게 들이키는 기분이 든다. 크림이 좀 짜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뭐, 좋은 마케팅이네.
어릴 땐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요즘은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꽤 자주 울린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어서 떠날 날만 세던 때, 왠지 모르게 삐져있는 아빠를 달래며 속으로는 한참 들떠있었고, 무뚝뚝한 엄마는 그저 들려보낼 반찬통을 차곡차곡 줄세웠다. 졸업을 하고, 일을 시작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엄마가 전화 너머로 넌지시 건넨 말에는 시간이 짙게 깔려 있었다. '힘들면 언제든 내려와.' 퇴근하고 꽤나 지쳐있던 날에 받은 전화였다. 전화 너머 엄마의 표정을 상상하니 조금 울컥했고, 그렇게 조금 울고나니 왠지 모르게 개운해졌었다. 토해내는 것은 건강한 일이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이 들어왔음을 알고 뱉을 줄 아는 일은 건강하다. 마침 읽고 있던 책의 문장이었다.
해변가를 따라 영화처럼 걷고 떠드는 남녀. 모래 사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무얼 보고 있는 지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 누군가. 돌계단에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뒤집는 길고양이. 그 앞에 멈춰선 아이 둘. 그리고 그걸 찍고있는 듯한 필름카메라를 든 누군가. 그래, 이런 한산한 바다가 그리웠다. 대학생 때 우르르 몰려 다니던 바다도 재미는 있었지만, 그런 곳에선 혼자 여유부리고 있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된다. 어딘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은 꽤나 큰 안정감을 준다. 조금은 더 이대로였으면 하는 욕심이 떠오른다. 어느새 해는 조금 내려앉았다. 붉은 빛으로 내려앉는 윤슬이 바다를 관통한다. 좋다. 이제 집가서 엄마밥 먹어야지. 가는 길에 케이크 한 조각 포장해 가야겠다.
I want to stay by the sea
Watching turn into red
Sat down with the people
Listen through this song
Moon is slowly rising
I see the Trees are moving
Sky is brighten through the moon
Mmmmmmmm
Mmmmmmmm
Look at those trees
Look how they move by the breeze
Look at those stars
Look how they shine through the night
Mmmmmmmm
Mmmmmmmm
Mmmmmm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