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치과에서... 1

나는 불편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by 다문 DaaMoon

띵동!

"정기 예진 일입니다. 전화하시고 방문하세요~."

시간은 빨리도 흘러 어느새 반년에 한 번씩 하는 치과 정기검진 알림 문자가 왔다. 평소라면 예약하고 문제없는지만 보고는 오지만 이번에는 일 년 전부터 음식물이 끼여서 잇몸이 붓기도 했던 어금니를 손보기로 했다.


"불편한 곳은 없으시고요?"

"실은 어금니 사이가 벌어져서 음식물이 많이 끼여서 불편해서요."

"그럼, 인레이라고 해서 보충제로 때울 수가 있는데 어떠세요? 한 번 해 보시겠어요?"

"네, 그럼 금액하고 좀 알려주세요."


그렇게 치료비와 시술 내용을 안내받고는 바로 시술로 들어가기로 정했다. '따끔'이라는 말과 함께 마취액이 잇몸 곳곳에 투입되기 시작했고, 마취가 돌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동시에 여러 환자를 보는 듯, 다른 말을 할 틈도 없이 주사를 놓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간호사도 '조금 기다리셨다가 치료 들어갈게요.'란 말만 남겨두고 시간차로 사라졌다. 확실히 손님이 많긴 했다. 그래서 조금 있으면 되겠지 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재밌게 보고 있던 웹툰 한 편을 다 읽었다. 그다음 편도 재밌게 읽었다. 그렇게 재밌게 5편을 보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듯한데...'라며 이제는 웹툰보다는 언제 치료를 해 줄 건가 하는 마음에 눈앞의 웹툰보다는 시계에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시간을 보니 마취주사를 놓고 벌써 30분이나!! 흘렀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에서부터 피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의 '화'는 확실히 발동하기 시작했다.


유닛체어에서 일어나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 옆방에 있던 간호사가 내가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는,

"어디 가세요?"

"언제쯤 치료받을 수 있나요?"

"곧 선생님 오실 거니 자리에서 기다려주세요."

"네."


나의 '화'의 표현은 이 정도다. 그래도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 선생님은 '많이 기다리셨죠?'라는 말과 함께 나타났다. 속으로는 '돈 많이 벌려고 하다 보니 예약환자 시간도 안 지켜주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아, 네'라는 나만 알 수 있는 말에 담아서 그에게 보냈다. 기다린 시간 30분, 이를 이리저리 갈아내고 때어 넣을 이의 본을 뜨기까지 15분. '나는 나에게 친절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 캡처 2022-06-21 102508.jpg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분명히 부아가 치밀었었는데 너무 고분고분하게 대답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지만, 확실히 말을 하고 안 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 말을 하자. 말을 하기 어렵고 그래서 싫어서 피하고 싶어도 말을 하자. 그렇게 모두들 내 상태에 대해서 생각해서 대해줄 만큼 섬세하지 않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렇게 말하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