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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문 DaaMoon Aug 02. 2022

이런 반응이면 상처받았다는 증거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동네에 있는 은행에 갔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저번에도 알려 드렸는데 이걸 하려면 현금을 들고 오셔야죠.


"저번에도 알려 드렸는데..."를 들으면 내가 멍청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상담원의 태도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기 귀찮다는 듯, 마스크로 얼굴을 거의 다 가리고 눈만 쏙 내놓고 있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다. 거기다 한숨까지 내 쉬니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어린애 같은 기분까지 든다. 물론, 저번에 들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하지만, 잘 모르니 은행에 가서 물어보는 거니까 이런 말을 듣고 나면 돈을 맡기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버린다. 


내가 보기에는 은행 상담원은 나(고객)에게 설명하는 것이 자신이 월급을 받는 의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나는? 나는 몰라도 된다. 내가 많이 알면 좋겠지만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크게 없다. 이자를 좀 덜 받거나 하는 정도의 손해는 생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상담원의 태도가 좋지 않다. 


1. 네 일은 손님에게 설명하는 것이니 귀찮아하지 말고 그냥 설명해!라고 화를 내고 그 불손한 태도를 꼬집어 뜯을 것인가? 2. 아니면 그냥 이 사람 성격 더러워 보이니 그냥 내가 참자라고 생각할 것인가?


첫 번째 생각은 생각도 하기 전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끌어 모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자체가 큰 스트레스이고 설령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그날 일진은 끝난 거다. 에너지 준위가 바닥으로 기어 다니니 말이다.


두 번째 생각은 어떤가? 참으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곤 집에 가서 이렇게 말해야 했는데 하고 자신을 또 꼬집는다. 공격자가 외부에 한 명, 내부에 또 한 명이 되고 혼자서 두 명에게 공격받는 격이다.


이 두 생각에서 고민이라면 그 상담원과 같은 씨름판에서 싸우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즉, 싸워서 이기려 들거나 아니면 참아서 지거나. 


더 크게 보자. 이제 우리는 씨름판 위가 아닌 공중부양을 해서 관객석보다도 위에서 이 상황을 보자. 이렇게 된 이유를 한마디로 하자면


나는 상처 입었다


즉, 나는 네 말에 상처받았어, 그래서 싸우거나 참으려는 거야.


그럼 싸우지 않고 참지도 않고 대응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상처입지 말라는 것이다. 


상처는 남에게 받는 것이다. 받는 거라는 것은 받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상담원은 내용을 얘기해도 잘 모르고 있는 나를 보고 자신의 기분이 상했을지도 귀찮을지도 몰라도 나랑은 상관이 없는 것이다.


분리의 법칙! 눈앞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나를 연결 짓지 말자. 같은 공기를 들이마실 만큼 가까이 있어도 이렇게 생각하자.


나와 너는 지구와 안드로메다만큼 떨어져 있어!!!


난 지구 위, 넌 저기 보이는 안드로메다 은하 속 어딘가에 속해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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