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동네에 있는 은행에 갔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저번에도 알려 드렸는데 이걸 하려면 현금을 들고 오셔야죠.
"저번에도 알려 드렸는데..."를 들으면 내가 멍청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상담원의 태도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기 귀찮다는 듯, 마스크로 얼굴을 거의 다 가리고 눈만 쏙 내놓고 있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다. 거기다 한숨까지 내 쉬니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어린애 같은 기분까지 든다. 물론, 저번에 들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하지만, 잘 모르니 은행에 가서 물어보는 거니까 이런 말을 듣고 나면 돈을 맡기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버린다.
내가 보기에는 은행 상담원은 나(고객)에게 설명하는 것이 자신이 월급을 받는 의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나는? 나는 몰라도 된다. 내가 많이 알면 좋겠지만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크게 없다. 이자를 좀 덜 받거나 하는 정도의 손해는 생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상담원의 태도가 좋지 않다.
1. 네 일은 손님에게 설명하는 것이니 귀찮아하지 말고 그냥 설명해!라고 화를 내고 그 불손한 태도를 꼬집어 뜯을 것인가? 2. 아니면 그냥 이 사람 성격 더러워 보이니 그냥 내가 참자라고 생각할 것인가?
첫 번째 생각은 생각도 하기 전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끌어 모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자체가 큰 스트레스이고 설령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그날 일진은 끝난 거다. 에너지 준위가 바닥으로 기어 다니니 말이다.
두 번째 생각은 어떤가? 참으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곤 집에 가서 이렇게 말해야 했는데 하고 자신을 또 꼬집는다. 공격자가 외부에 한 명, 내부에 또 한 명이 되고 혼자서 두 명에게 공격받는 격이다.
이 두 생각에서 고민이라면 그 상담원과 같은 씨름판에서 싸우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즉, 싸워서 이기려 들거나 아니면 참아서 지거나.
더 크게 보자. 이제 우리는 씨름판 위가 아닌 공중부양을 해서 관객석보다도 위에서 이 상황을 보자. 이렇게 된 이유를 한마디로 하자면
나는 상처 입었다
즉, 나는 네 말에 상처받았어, 그래서 싸우거나 참으려는 거야.
그럼 싸우지 않고 참지도 않고 대응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상처는 남에게 받는 것이다. 받는 거라는 것은 받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상담원은 내용을 얘기해도 잘 모르고 있는 나를 보고 자신의 기분이 상했을지도 귀찮을지도 몰라도 나랑은 상관이 없는 것이다.
분리의 법칙! 눈앞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나를 연결 짓지 말자. 같은 공기를 들이마실 만큼 가까이 있어도 이렇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