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첫 디즈니? 홍콩으로 가세요.

프롤로그: 당신의 디즈니 여행, 안녕하신가요.

by 시골쥐의 풀방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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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주인공 라일리의 어린 시절 상상친구인 빙봉이 나온다. 아이 눈에만 보이는 빙봉을 보며, 나는 나의 어린 시절에도 저런 풍성한 상상의 세계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 세상을 잃어버렸지만, 그 상상세계와 상상친구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 한편에 남아있었다.


안타깝게도 나의 상상세계는 이미 너무나도 말라비틀어져 소생이 불가했으나, 나에게는 사랑하는 어린 딸이 있었기에 아이의 상상세계를 가능한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오래오래 지켜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과 둘이 떠나는 첫 여행지로 도쿄 디즈니랜드를 고른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아이의 동심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첫 디즈니 여행이었던 도쿄 디즈니에서 아이를 울렸다.

아이가 감동해서 울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아니었다.

아이는 너무 힘들어서 울었고, 나를 원망했으며, 결국에는 몸이 반응해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날은 새벽 6시에 일어난 날이었다.

비싼 항공권과 호텔비, 입장권 등등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를 깨워 비장하게 숙소를 나섰다.

오픈런 인파 속에 섞여 경보 선수처럼 걸었고, 인기 어트랙션 하나를 타기 위해 수십 분씩 서 있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효율적인 동선'과 ‘PP(무료패스)’와 'DPA(유료 패스) 광클' 생각뿐이었다.

아이는 점점 지쳐갔지만 나는 아이를 찬찬히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빨리 와! 저거 타러 가야 해!"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며 재촉했다.

하나라도 더 많이 태워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게 놀이동산은 재밌는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곳이었기에, 아이가 하나라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힘껏 떠밀어주는 게 당연했다.


그때, 광장 한복판에서 라푼젤을 만났다.

아이는 홀린 듯 라푼젤에게 다가갔고, 라푼젤은 다정한 친구처럼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딸아이는 수줍음을 무릅쓰고 “Where is your frying pan?”하고 물었고, 라푼젤은 “아 지금은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나쁜 놈들이 오면 캉! 하고 때려줄 거야."라며 씩씩한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 순간 아이는 소위 말하는 디즈니 매직에 걸린 것 만 같았다.

놀이기구를 탈 때보다도 더 기뻐하며 웃었고 다른 캐릭터들도 더 만나고 싶어 했다.


나는 그제야 디즈니 랜드가 어떤 곳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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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는 여기에 놀이기구만을 타자고 줄을 서러 온 게 아니구나.
이 마법 같은 대화를 하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러 온 거구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깨달음. 이 깨달음 덕분에 나머지 시간 동안 핸드폰에만 코 박고 티켓을 잡아, 몇 개를 탔는지에 집착하는 그런 디즈니 여행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쿄는 가혹했다. 수많은 인파와 이로 인한 길고 긴 대기줄, 복잡한 앱 시스템, 일본어 공연의 장벽…. 나름 대비를 하고 공부를 하고 왔다고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쉽지 않았다. 이곳을 “누리고(enjoy)”있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웠다. 여전히 나는 전투적이었고, 도쿄 디즈니는 전투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여행지로 홍콩을 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줄 서는 시간은 1/10로 줄었고, 아이와 눈 맞추는 시간은 10배로 늘었다.


새벽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고, 아이는 미키 마우스에게 "Can you twirl me?"라고 말을 걸며 왈츠를 췄다. 더피와 친구들, 미키 친구들 등을 만나 마음껏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떨었다. 아이와 나는 홍콩 디즈니에서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디즈니랜드에서 추가구매 없이 놀이기구 10개 타는 공략집'이 아니다. 오히려 놀이기구 몇 개를 탔는가? 같은 집착을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디즈니를 속속들이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왜 디즈니가 ‘테마파크’인지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작은 팁들을 담은 책이다.


그간 한국에는 홍콩 디즈니랜드 여행에 대한 소개책자가 정식으로 발간된 적이 없다. 게다가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정보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 다녀온 기록들이다. 아이와의 여행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의 체력을 감안한 아이가 즐거워 부모도 보람 있는 디즈니 여행. 나는 그런 디즈니 여행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시작은 파크 선택이 되겠다. 만약 아이와의 첫 디즈니를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홍콩으로 가라고.


꼬마쥐 한마디: 홍콩 디즈니는 여러 번 가도 힘들지 않아서 좋았어요. 도쿄 디즈니는 정말 힘들었지만 동화 속 세상에서 마법을 경험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그래도 처음이라면 홍콩 디즈니를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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