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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운 Sep 22. 2023

프랑스 니스 근교에 내 요트만 없다.

그래서 재미가 좀 없..다..


7.  다음엔 요트 사서 올게. 이번 여행은 조금 아쉽더라.



16. JULY. 2022



준비과정을 마치면 거침없이 물속으로 빠진다 ©오운



누군가 풍덩하는 소리가 들린다.


맞다. 내가 원했던 그 순간.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아닐 이 순간이 내가 마치 다이빙하는 것처럼 심장이 빨리 뛴다.


몇 년 전에 괌 교환학생을 단기로 간 적이 있다. 그때 마보케이브에서 사람들과 다이빙을 하곤 했었는데, 허세는 있어도 겁은 많았던 나는 무수히 많은 시도 끝에 겨우 성공했더랬다. 왠지 뛰면서 날카로운 어딘가에 걸리면 어쩌지, 물속이 너무 얕아서 혹은 깊어서 내가 놀라면 어쩌지 등 너무 많은 두려움이 생겨서 쉽사리 뛰어들지 못했는데 결국 성공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수영을 꽤 오래 배워서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은 자신 있는 나였는데도) 그렇게 이겨낸 기억이 있어서인지 그 이후로는 다이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워터파크 같은 곳에 가면 한 번씩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이빙은 사실 나에게 두려움을 이겨낸 그런 상징과 같은 의미가 있는데, 이번 유럽여행도 마찬가지였다. 프롤로그에 적어놨지만 몇 년 동안 유럽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것은 내 안에 있던 두려움 때문이었으니까 (심지어 이 매거진 이름도 the fearless 다)


그래서 다이빙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물론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참 매력적이었고.




다이빙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 ©오운



점점 많은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 큰 바위 위로 몰려든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와 풍덩이는 소리가 내 심장 소리와 일치하게 느껴졌다.


이 장면을 지켜보느라 두피까지 화상을 입었다. 그리곤 그날 저녁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게시했다.



눈물이 아주 살짝 찔끔 날 만큼 더 행복했다 ©오운





‘뜨거운 햇빛 아래에 살이 다 익어가는데도

꿈꿔오던 장면을 두 눈으로 만나게 되니

빨갛게 타버린 어깨들이 훈장이나 되듯이

홀린 듯 한참을 촬영했다.


니스에 와서 수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멋진 장면들을 실제로 만나니

눈물이 아주 살짝 찔끔 날 만큼 더 행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우리가 아직 한 끼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쌍둥이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걸 보니 얼른 식당에 가야 했다. 나는 맛집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터라, 돌아다니다 눈에 보이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마침 야외 테라스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눈에 띄었다.

날도 약간씩 저물면서 햇살도 참을 정도가 되었으니, 저기에서 식사하면 괜찮겠거니 싶었다.


테라스 한쪽에 자리를 잡아 모히또 한 잔과 파스타를 시켰다.

나는 재즈 음악을 잘 모르지만 누구보다 신나게 들을 자신은 있었는데, 마침 재즈 공연이 한창이었다.

이젠 모르겠다. 내가 방금 황홀한 장면을 보고 와서인지, 아니면 정말 여기가 천국인 건지 내가 원했던 여행 요소들이 한 곳에 담겨 있었다. 어쩜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음악과 적당한 당도의 술 한잔, 바다와 야자수 ©오운



음악과 적당한 당도의 술 한잔, 바다와 야자수.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우리. 어찌 이걸 보고 아니 행복할 수가 있겠는가.






17. JULY. 2022




기차역으로 가는 길 마주한 식당 ©오운




오늘은 니스 근교 여행을 떠난다.

무계획 여행인 것 치고는 제법 치밀하다. 당연하다. 왜냐면 나는 계획형인데 같이 온 쌍둥이의 극 P 성향을 맞추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기에.. 우리 여행에 아예 계획이 빠질 순 없었다.


니스 근교 도시는 쌍둥이가 골랐는데, 사실 근교를 가기 위해 니스에 온 것도 크다. 우연히 쌍둥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니스 근교 도시 영상이 떴는데 그 영상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나 보다.


우리가 선택한 도시는 '빌프량슈쉬르메르'와 '생장카프페라' 이렇게 2곳이다.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평소와 미묘하게 일찍 일어나는 게 덜 힘들긴 하지만, 여전히 힘들긴 하다. 정확한 기차시간을 몰랐던 우리는 (현장 발매였기 때문에) 최대한 서두르고자 했는데, 갑자기 쌍둥이가 대뜸 이런 말은 한다.


"야, 화장실 문 안에서 잠겼어"


이게 무슨 소리지. 우리는 모두 화장실 밖, 거실에서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을 꽉 닫던 쌍둥이가 화장실 문이 잠겼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나.


우리는 열쇠 구멍에 옛날 방식인 젓가락도 넣어보고, 온갖 방법을 모두 써봤지만 다시 여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집주인에게 이런 상황을 전달해 두었고, 소지품을 캐리어에 넣어 단단하게 잠가둔 채로 밖을 나섰다.


오늘도 여전히 더운 날씨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우리가 타야 할 기차가 곧 오고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을 본 우리는 그나마 가장 짧을 것으로 보이는 2줄에 각각 서서 기차가 들어서기 전, 극적으로 티켓 기기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을 몰랐던 우리는 기차를 놓쳐버렸고, 결국 그 더운 곳에서 30분을 또 대기해야 했다.



비밀의 공간이 열리는 것처럼 다른 세계로 보였다 ©오운




그래도 타는 게 어디인가. 워낙 많은 고비들이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 예정이란 걸 아는 우리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기차를 타고 빌프랑슈쉬르메르에 도착한 우리는 육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비밀의 공간이 열리는 것처럼 다른 세계로 보였다. 어릴 적 읽었던 율리시스무어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달까.


전날 본 니스 바다 때문에 더 큰 감흥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니스 해변 못지않은 경치였다. 나는 그날 몸이 좋지 않아 수영을 못했지만, 쌍둥이가 신나게 헤엄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곳에 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런데 더위가 심상치 않다. 어제 화상 입은 곳 때문인지 온몸이 따끔한 것은 물론,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본 쌍둥이가 초고속으로 수영을 마치고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 와중에도 사진에 대한 나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지만, 사진값이 잘못 설정된 줄도 모르고 찍은 결과 지금은 남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슬픈 이야기.



언덕 위에서 바라본 해변 ©오운



참, 이곳에서 꼭 보아야 하는 경관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언덕 중턱으로 올라가 그 장면만을 기다렸다. 기차가 들어오는 장면인데, 빌프랑슈쉬르메르 해변이 모두 보이는 뷰였기 때문에 모두가 헉 놀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차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찍어야 했으니, 우리는 정말 조그맣게 져있는 그늘에서 교대로 기차가 들어

오는지 확인했고 다행히 그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요트로 가득 찬 해변 ©오운




다음 목적지는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지도에는 없는 길들이 계속 나오고 다음 버스 도착시간이 워낙 타이트하여 담을 넘고.. 뛰어내리며 007 작전으로 무사히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현금이 없는 자.. 버스에 탑승할 수 없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놓친 대중교통만 벌써 2번째라니.


1년도 더 된 일이라 정확한 해결방법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음 버스는 어찌어찌 탑승하여 생장카프페라를 향해 달려갔다. 땡볕보다야 달리는 버스 안이 조금은 더 시원했기 때문에 한숨은 돌렸다. 아니 '돌렸나 싶을 때 도착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15분 만에 도착하다니 너무 억울해.




이곳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오운




해변 리조트와 보트 정박시설이 있어서 유럽귀족이나 세계적인 백만장자들이 즐겨 찾는 생장카프페라. 유명 스타들도 많이들 찾는 휴양지랬다. 그 말을 증명하듯 바다에는 수없이 많은 보트들이 떠있었고, 보트 하나에 얼마일까 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주변을 구경했다. 사실 이곳들은 다 쌍둥이가 원해서 온 곳이었기 때문에 나는 큰 기대 없이 여기를 찾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프라이빗한 해변 느낌이었다. 보트가 있는 사람이 오면 좋으려나, 나는 딱히 큰 감흥 없이 그저 집에 돌아갈 생각만 떠올랐고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나도 함께 수영하고 싶었다 ©오운




식당에 들어가려고 하니, 끝까지 우리를 모른 척하는 종업원이 있어서 딱히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이렇게 돌아가긴 너무 아쉬우니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아직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빵과 맥주를 한 잔 사서 자리에 앉았다.


"띠링"


엥, 갑자기 무슨 연락이지?


"문이 안에서 잠긴 적이 처음인데, 어떻게 고장 난 건지 사진이 있나요? 문을 완전히 닫고 다시 열어봤나요?"


아, 아까 집주인에게 숙소 화장실 문이 잠겼다고 연락했었지.


화장실 문 사진을 보내고,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끝에 집주인이 곧 숙소에 직접 들려서 확인해 보겠다는 답을 받았다. 화장실이 오늘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되다니.. 심지어 내일은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씻을 수 있어야 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정말 짧은 일정으로 유럽여행을 다녔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




바다와 요트, 그리고 사람 ©오운



잠시 후, 집에 도착해서 해결했다는 답을 받았다. 포크로 어떻게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집주인도 그리고 우리도 참 어이없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잠긴 게 아니라 문 자체가 잠깐 고장 났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과정은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화장실을 확보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우리 여행은 왜 계속 이런 웃긴 이야기들이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다음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그리고 그 해 겨울에 또 다녀온 동유럽 여행에서도 말이다.





나는 취향이 매번 바뀐다. 공연을 좋아했다,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했다가.
그러다 보니 나는 취향이 없나 싶어 항상 고민하고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내 취향은 항상 한결같았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알았다.



무사히 동네로 돌아왔다 ©오운




무사히 동네로 돌아왔다. 이 숙소에서도 사실 2.5일 정도밖에 지내지 않았는데, 근교에 다녀왔다고 그새 이 동네가 고향처럼 아늑하다. 길눈이 밝은 나는 이미 지도도 보지 않고 다닐 정도로 이 길들이 익숙했는데, 그래서인지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이곳을 담기 시작했다. 신기하다. 사진은 사실 객관적인 사실을 담는 수단인데, 내가 이 도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무드와 각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게 내가 사진과 영상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방금 들은 유튜브 음악 영상에서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초의 타임머신이다'란 댓글을 보았다. 우리가 그 음악을 듣던 때를 기억할 수 있기에 그런 말이 나왔을 텐데, 맞다. 나도 2000년대 노래를 들을 때면 가족 모임으로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작은 mp3에 어떤 음악을 넣을까 고민하고 차 안에서 그 결과물을 다 함께 듣곤 했던 때가 기억나니까 (참고로, 나는 20대이다..)


사진은 조금 다른 의미로 그 추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진 스킬이나 이런 걸 다 빼고, 우리가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였는지 그 사진의 시선을 따라가면 보이니까.

최근 지인이 나에게 어떻게 사진을 잘 찍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아직 내 사진은 갈 길이 멀다) 처음에는 사진을 많이 보면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긴다고 대답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내 사진에는 사람과 풍경이 있다 ©오운




내 사진에는 사람과 풍경이 있다. 정확히는 풍경 속 사람이 아니라, 사람 곁 풍경을 담는다. 내가 무언가를 찍을 때는 사람이 첫 번째 요소이다. 그 사람의 시선과 감정을 최대한 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주변 풍경이 보여야 하고. 내가 뒷 배경을 날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그렇다고 스냅을 찍고 싶지는 않다. 그 사람의 감정과 풍경을 모두 녹여 스토리텔링하고 싶다.


나는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면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어릴 적 좋아했던 공연에 이어 최근 나의 관심사는 리빙, 셀프인테리어 등 사람의 환경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이런 점들이 자연스레 흘러왔기 때문에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그 취향을 대하는지 잘 몰랐는데, 이번 유럽여행에 다녀오면서 알았다.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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