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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방 Oct 15. 2020

독립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면서 얻은 것들

'독립하면 돈 못 모아' 


오랜시간 독립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였다. 다달이 나가는 월세 혹은 전세 대출금, 관리비, 수도 및 전기세, 만만치 않은 식비까지. 독립을 하는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고정비를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첫 독립이라면 풀옵션 주택이 아닌 이상 가구, 식기도 간단하게나마 장만해야 하고 부동산 중개수수료, 이사비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 저것 생각하다보면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 쉽상이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려했던 것들은 사실이 맞았다. 독립을 하고보니 확실히 그 전보다는 지출이 늘었다. 만약 지금까지도 부모님과 함께 살았더라면 지금쯤 난 돈을 더 모아 통장에 새겨진 숫자들의 앞자리를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 독립을 '잘한 일'로 분류하고 있다. 독립에 드는 비용을 일종의 수업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업료 치고는 꽤나 저렴한 편이다. 내게 독립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몇 안되는 내 최애 예능 중에는 <나 혼자 산다>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스타들의 집이 나오는데 언제부터인가 집과 사람이 묘하게 닮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델 한혜진의 집은 화이트톤의 인테리어로 꼭 필요한 가구들만 배치돼 있어 깔끔하다. 개그우먼 박나래의 집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듯 미러볼, 네온사인, 생맥주 제조기로 개성있게 꾸며져 있다. '집이란 그저 먹고 자는 곳'이라고 말하는 듯한 기안84의 집도 있다. 


이런 집도 있고 저런 집도 있는 이유. 개인의 취향은 다 다르다.


이처럼 집은 그 사람의 취향을 나타낸다. 독립의 공간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패션보다, 화장보다 집은 나를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오직 나만의 공간이기에, 타인의 시선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건 부모님이 취향대로 고른 벽지와 가구로 이뤄진 공간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것들이다. 


집을 얻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산 것은 흰색 침대와 이불이었다. 그동안은 '흰 건 때타서 못써'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줄곧 어두운 색만 고수해 왔었다. 멈칫 했던 것도 잠시, 난 신발장과 파티션, TV 선반까지 모두 흰 색으로 골랐다. 내가 흰색을 좋아했었나? 인테리어를 하면서 내 취향을 알게 되다니, 그동안 내가 나에게 무심했다.  


-별점으로 보는 나의 취향. 귀여운 소품은 무조건 장바구니행.  

희고희고 흰색    ★★★★☆

깔끔한 디자인    ★★★☆☆

귀여운 캐릭터    ★★★★★


요즘은 침대 맡에 조그만 화분 몇 개를 놓을까 생각 중이다. 집에 작은 생명을 키우면 작게나마 힐링이 될 것 같아서다. 

화분 사이에서 힐링하고 싶다. 이 강아지처럼...


집은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지 조금은 유추해볼 수 있다. '나도 날 잘 모르겠다'는 분들에게 내가 독립을 추천하는 이유다. (여기까지 쓰고나니 오늘은 집 청소를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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