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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방 Nov 06. 2019

분양가 상한제, 서울 집값 잡힐까

정부 뜻대로 안 되던 부동산 정책, 이번에는 과연?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은 바로 분양가 상한제다. 이 정책 하나로 인해 최근 2~3달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서울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이 정책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난리인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본다면 ‘정부가 나서서 과열된 지역의 신규 분양가를 규제한다’라는 내용이다. 사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택지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영역을 넓혀서 민간택지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27개 동으로 자세한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집값보다 분양가가 더 크게 오르는 상황이니 분양가도 규제하겠다는 논조인데, 이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 정반대로 나뉜다. 정부 쪽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업계 내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세우고 있는데 각자의 논리를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정부가 어떤 논리로 분양가를 규제하려 하는지, 업계는 어떤 이유로 이 정책을 반대하는지를 요약해서 담았다. 은근히 길게 적혀있긴 하지만 한 번씩 읽어보면 분양가 상한제라는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라는 강성 카드를 꺼내게 된 배경은 매우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무려 17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서울 집값은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강남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집값이 4억이 올랐는데, 문재인 정부 첫 1년 동안 6억이 올라버렸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 주택의 시가총액은 8.9% 상승(출처 한국은행)했는데, 이는 2007년(12.3%)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2007년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즉, ‘진보 정권 = 강한 부동산 규제 = 집값 폭등’이란 공식이 또다시 등장해버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시장을 너무 잡으려고 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상황인데, 그간의 정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러니 더 센, 더 강한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것이 결국 분양가 상한제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오늘(6일) 발표한 상황이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한 반발과 함께 우려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사실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는 서울 내 주택 거래량 수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그래프를 먼저 보자.



전반적으로 그래프가 V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보자면 지난해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내 주택 매매는 폭락 수준을 기록했다. 2018년 3분기를 기준으로 보자면 아파트 거래는 25,934건에서 5,326건(2019년 1분기)으로 약 80% 하락했으며, 평소 규제 영향을 받지 않던 주택 거래조차 40% 이상 감소했다. 


말 그대로 서울 내 주택 거래가 끊긴 셈인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 첫 1년 동안 집값이 폭등해버린 상황에서 9.13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을 규제하다 보니 본인 부담금이 평균 2억 원 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돈이 있는 사람들은 관망세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타의적 관망세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계기를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더 강한 규제인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하고 나서부터다. 지난 6월 말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를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했고, 그 결과는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거래량 폭등으로 이어졌다.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거래량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아래와 같다. 


1.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등에서 기대하던 가격보다 낮은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다.

2. 손해를 보느니 사업을 미루는 조합이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신규 분양이 적어질 것이다.

3. 신규 분양이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기존 아파트의 희소성, 중요성이 높아지게 된다.

4.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져보았을 때 수요가 공급보다 많게 되면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다.

5. 기존 아파트의 가격은 앞으로 오를 것이니 지금이 아파트를 살 적기다.


결국 수요자들은 정부가 말하는 분양가 상한제의 긍정적인 요인보다 업계가 우려하는 부정적 요인의 전망을 선택했다는 셈이다. 거래량 그래프가 한 분기 만에 저렇게 변한다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알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알고 정부도, 업계 사람도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 대한 전망이 각각 갈릴 뿐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꼼수를 부리면 추가 지정 및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부 역시 이번 정책이 성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보니 모든 조치를 취해서라도 안착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은 모른다. 부동산이라는 시장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곳이 아니다 보니 쉽사리 전망하기도 어렵다. 다만, 그간 보여준 정부의 고집, 그리고 정부의 뜻과 반대로 흘러가던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았을 때 이번만큼은 잘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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