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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방 May 25. 2020

누구나 살고 싶은 원룸주택을 꿈꾸며...

집주인이 당신 집에 직접 살아보세요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신촌의 하숙집을 배경으로 한다. 평범한 2층 단독주택에 남녀 하숙생이 거주하며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90년대 애청했던 청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역시 하숙집에 거주한 여섯 명의 대학생 이야기다. 


1990년대만 해도 대학가에서는 '하숙'이 일반적인 거주 형태였다. 당시 신문을 보면 봄, 가을 신학기에는 으레 하숙비가 크게 올라 대학생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로.  


# 원룸주택의 등장 


원룸이라는 말이 등장한 건 1995년도였다. 지하철 역에 가까운 자투리땅을 대상으로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원룸 주택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원룸은 아파트보다 저렴한 임대료에 편리한 교통과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문구로 직장인을 유혹했다. 1995년 7월 13일 자 주요 일간지에서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주택관은 사생활이 철저하게 지켜지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개방된 공간을 원한다'며 원룸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도했는데,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은 예견대로 현재는 원룸주택이 흔한 주거형태로 자리 잡았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셰어하우스, 하숙 등 공동주거 형태 줄어, 원룸 수요 증가할 것  


사람은 누구나 ‘내가 나 다울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인 관계를 불편해한다. 하숙, 저렴한 임대료의 셰어하우스를 꺼리는 것도 이에 있다. 


신촌 원룸, 하숙방 모집 공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대면활동을 꺼리는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더욱 개인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하듯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고, 기존의 대면 서비스 중 많은 부분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1인 가구 입장에서는 더욱이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의 많은 부분들이 온라인으로, 대면 서비스가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될 것이다. 셰어하우스, 하숙 등의 공동주거는 줄어들고 원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쉬운 점은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원룸주택들이 이들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을 못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지어지는 신축 주택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심지어 정부에서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짓는 주택 역시도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지어진 경우가 있다. 부동산 앱 다방의 조사 결과 방을 구하는 사람들의 필터 사용현황을 보면 가격, 관리비, 주차장  필터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가격, 이 청년 주택은 인근 오피스텔 가격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가의 옵션 제품을 갖추고, 그것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1인 가구의 주거 관여도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가격이다. 두 번째로는 이들이 원하는 집 구조인데,  가격 대비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든 복층구조, 대리석 바닥 등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세입자 입장에서는 실용성은 떨어지고, 관리에 대한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세 번째로 주변 환경이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초품아 등 주변 환경을 중시하는데 1인 가구도 마찬가지다. 주변 환경이 안전한지. 간단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지. 조금 더 나은 삶의 여건을 찾아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 공급되는 원룸 등을 보면 길 건너 바로 유흥가가 있는 지역이나, 구도심 상권 등에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러 가지 환경을 고려한다면 원룸 주택을 짓는 게 어려울 것이다. 하나 반대로 생각하면 가격, 집 구조,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원룸주택은 그대로 공실부담으로 임대인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역세권 청년 주택 이미지 예시 


얼마 전 분양한 서울 지하철 5호선 A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 주택은 총 118가구 모집 중 약 42.3% 미계약분 50가구를 기록했다. 베니키아 호텔을 개조한 종로구 숭인동의 역세권 청년 주택 역시  207가구 중 180여 가구가 대량 계약 취소를 빗었다. 


원룸주택이 누군가에게는 '내 집'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자본 대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만 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에는 소형이라도 아예 본인이 원하는 집 짓기도 유행이다. 그만큼 집에 대한 사람의 열망은 강하다. 하지만 시장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주택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년들의 주거난이 심각한 홍콩, 싱가포르의 원룸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닌다 그런 사진에는 항상 댓글로 "집주인이나, 집 지은 사람이 직접 와서 살라고 해라"라고 남겨있다.  역지사지. 원룸주택을 투자처가 아닌 내가 살 집으로 본다면 임대인의 공실 걱정도, 청년층의 주거난도 점차 완화되지 않을까. 시장에 원룸 주택은 언제나 많다! 다만, 제대로 된 내가 살집이 없을 뿐.


Photo by deborah cortelazz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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