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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Apr 28. 2021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지 마세요

혼자 슬퍼할 시간이 필요해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지 마세요


내 발에 넘어졌든

돌부리에 넘어졌든


아파요

창피하고요


근데

지금 일어나려면

피나는 무릎을 보이면서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또 절뚝거리면서

그렇게 걸어가야 하잖아요


그냥

나를

가만히 지나가주세요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 때

그 때

고개를 들고 앙앙 울 거에요

돌부리를 잔뜩 노려볼 거에요

퍼렇고 뻘건 무릎을 감싸쥘 거에요

나를 넘어뜨린 모든 것들을 원망할 거에요


그러다가

다시 폭삭 엎드려서는

문뜩

아무렇지 않을 그 때

일어날 거에요


그러면

나중에는

흉터 진 무릎을 내보이며

바보 같이 웃으며

이야기할 거에요


그러니까

그럴테니까

재촉하지 말아주세요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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