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슬퍼할 시간이 필요해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지 마세요
내 발에 넘어졌든
돌부리에 넘어졌든
아파요
창피하고요
근데
지금 일어나려면
피나는 무릎을 보이면서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또 절뚝거리면서
그렇게 걸어가야 하잖아요
그냥
나를
가만히 지나가주세요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 때
그 때
고개를 들고 앙앙 울 거에요
돌부리를 잔뜩 노려볼 거에요
퍼렇고 뻘건 무릎을 감싸쥘 거에요
나를 넘어뜨린 모든 것들을 원망할 거에요
그러다가
다시 폭삭 엎드려서는
문뜩
아무렇지 않을 그 때
일어날 거에요
그러면
나중에는
흉터 진 무릎을 내보이며
바보 같이 웃으며
이야기할 거에요
그러니까
그럴테니까
재촉하지 말아주세요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