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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Jun 11. 2021

엄마 나도 샌드위치 좋아해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빵을 이만 원어치나 사 왔다

엄마가 사 오는 빵은 늘 비슷하다

밤식빵

초록팥빵

초코소라빵


나는 곧장 초코소라빵을 들었다

우유랑 먹어야지 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샌드위치도 있었다

샌드위치 하나가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는 기분이 괜찮았는데


빵집에 가면

동생은 늘 6천 원쯤 하는 샌드위치를

나는 그런 동생을 째려보며

천 원짜리 초코소라빵을 골랐다


초코소라빵 6개쯤을 먹는 동생이 미웠다

초코소라빵을 먹고 나면 속이 쓰렸지만

우유랑 먹으면 제법 맛있었다

내 덕에 돈을 아낀 엄마를 생각하면 더 맛있었다


나도 가끔은 

비싼 쿠키도 사고 싶었고

크다란 케이크도 사고 싶었고

샌드위치도 사고 싶었다


그치만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는 자연스레 초코소라빵을 골랐다


엄마는 내가 초코소라빵을 좋아하는 줄 알 테다

그래서 내 몫으로 그 빵을 사 왔겠지


엄마

나도 샌드위치 좋아해

ㅎㅎ


-


epilogue.


더운 날씨 탓인지 초코소라빵이 팍삭 쉬어있었다

아주 못 먹을 맛이 아니라며 먹은 내가 싫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하는 데 서툴렀다. 

내 바람을 말했을 때 엄마의 찡한 표정이 싫었다. 

그렇게 나는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는 내 이야기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내가 갖고 싶은 것만 이야기한다.

그냥 들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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