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어둠 속에서 보이는 법이죠
올해는 유난히 가슴이 문드러지는 해였습니다. 가진 거라곤 열등감으로부터 피어난 자존심밖에 없는데요. 직장도, 가족도, 타인도 제 자존심을 뭉개버리더군요. 제 잘못도 없다곤 못합니다. 자존심이란 건 원래 그런 겁니다. 내 잘못이더라도 외부 요인들이 원망스러운 것이죠. 그래서 날만 잔뜩 세운 제겐 화창한 날도, 따뜻한 날도 늘 차가운 호우주의보였습니다. 감기 걸리기 딱 좋습니다.
사주를 봐주시는 할아버지께서는 '올해 참 힘들었겠구나'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내년엔 더 나아질 거란 말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남은 한두 달이 영겁의 시간 같은 것도 제 잘못이겠죠. 이제는 '제가 잘 몰라서요.'가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어서도 학교에선 실수투성이고요. 엄마와 동생을 이해하지만 아주 미울 때도 있기도 하고요. 제게 변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모든 이들이 미워죽겠습니다. 이게 감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젠간 나아질 테니까요.
우산이 없는 날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챙기라고 잔소리하던 꼼꼼쟁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우산살이 없어 버려진 우산을 들고 땅만 보고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운동화 앞코를 적시는 미운 빗물에 더 새까매진 아스팔트 위로 노란 점들이 보였습니다. 조금 핀 꽃송이와 피려는 꽃송이들이 올망졸망 얼마나 귀엽던지 호다닥 뛰어가 감탄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봄의 귀여움을 겨울에도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말했습니다. 아 물론 속으로요.
'너희들은 아스팔트에 뜬 별 같다. 땅만 보는 내게 반짝이는 기분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밤하늘에 뜬 별 볼 시간 없이 잠드는 올해의 저를 위해 피어나준 것 같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삶이란 건 생각보다 슬프고 고독하고 재미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주 잠깐 땅이든 하늘이든 별을 보는 순간들을 위해 살아간다 생각합니다.
요즘은 제 스스로에게 작고 노란 조명들을 선물합니다. 녹초가 된 육체로도 별을 보는 기분을 만끽합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예약 정지로 틀어놓고 서서히 잠에 드는 그 순간을 사랑합니다.
아스팔트에도 별이 뜹니다. 푸석하고 거칠고 재미없는 아스팔트에도 노란 별들이 떠요. 그러니 좀 더 살아가보려고 합니다. 아스라지고 문드러지는 순간마다 노란 별들을 생각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