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덜 아름다운 것들을 한 아름 안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만 해도 꽃을 싫어한다 했었습니다. 정확히는 꽃다발이요. 받을 땐 아름답고 행복하지만, 그다음은 버릴지 물병에 꽂아둘지 고민만 하다 결국 쓰레기통 행이었으니 말입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저로서는 한순간의 기쁨을 위해 돈을 쓰레기통에, 그것도 하루이틀 만에 버리는 것이 말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란 이름 아래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이제는 다시 부쩍 꼴도 보기 싫습니다. 미련은 없지만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 꽃다발 사진을 탐구합니다. 사진 속에 담긴 아름다움이, 사랑이 영원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이소에 들러 조화를 샀습니다. 향도, 생기도 없지만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생화보다 덜 아름답고, 그저 신문지에 둘둘 싸여있지만 예뻤습니다. 얼마나 신이 나던지요. 한 송이 한 송이 제 맘대로 배열된 모습이 좋았습니다.
제가 제게 준 선물이 이토록 마음에 든 적은 오랜만입니다. 비워진 마음의 한 구석에 사랑보다는 덜 아름답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을 잘 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