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보일 May 19. 2024

뜨개질: 인생도 풀었다 감았다 하는 겁니다

그러니 슬플 땐 뜨개질하세요

  며칠을 뚱-했다. 그래서 멍했다가 울었다가 과장되게 웃기를 반복했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 내가 또 싫어서 뚱-했다. 개인적으로 이럴 땐 다소 비생산적인 행동이 도움 됐다. 다른 사람들은 이걸 취미라고 부른다. 실패해도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얕고 넓은 나의 취미 밭 중에 넝쿨처럼 이어진 것이 뜨개질이다. 겨울이 되어야 제법 어울려서 나머지 삼계절은 못한다. 그러다 코바늘을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도 뜨개질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당장 코바늘과 실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뚱-한 느낌이 똘-망해졌다. 돋보기를 끼고 유튜브를 보는 엄마처럼 나도 뚫어져라 보고 또 봤다. 생각만큼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재밌었다. 몇 가지만 익히면 같은 방법으로 여러 번 반복하면 된다. 잘못했을 땐 조금 풀어 다시 뜨면 된다. 맘에 안 들면 모조리 풀어 다른 걸 만들자며 실뭉치로 만들어둬도 된다.


  그렇게 살기로 했다. 생산과 비생산을 적절히 오가며 내가 하던 것들을 반복할 것이다. 연애든 글쓰기든 잘못된 건 조금 뒤로 물러섰다 다시 하면 된다. 이것도 저것도 맘에 안 들어 쓰러질 것 같으면, 손에 쥔 걸 모두 놓고 이불속에 숨어있다 또 다른 삶을 준비할 테다.

이전 22화 데이지: 해가 져도 나는 지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