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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꼴찌 인생, 일등 인생

나도 이무진처럼 생각해 봤다

by 다보일 Jul 28. 2024

  형편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연애도 뜻대로 되지 않고, 일은 손에 익어 아무런 성과도 욕심내지 않고, 문어발식 취미를 유지하며 혼자 방에 틀어박혀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런 내가 썩 별로였다. 내가 바란 일등 인생은 늘 바쁘고 뿌듯하고 뭐든지 척척 해내는 삶인데, 지금은 영 꼴등이었다. 그래서 자꾸 뭔가 하려고 했다. 아주 주저하면서. 달리기도 했다가 누군가에게 추근덕댔다가 글감도 비비 작작 남겨뒀다가.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게 너무 슬펐다. 그래서 모든 걸 멈췄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주변이 열심히 나아가는 덕에, 뒤처지는 모양새가 되었다. 뒤처진다는 건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빠지고,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울감을 감추지 못할 때 엄마가 나서곤 한다. 차를 사드린 후부터는 드라이브와 카페를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하신다. 난 아닌데. 그래도 왠지 엄마가 좋아하면 나도 좋은 것 같은 습관이 기분을 나아지게 만든다. 신나게 달리다가 신호등 노란불을 마주하면 액셀을 밟는 엄마와 달리 나는 고민한다. 내가 운전한다면 어떨까.


  멈춰 설 테다. 초록불에 달리면 나는 아슬아슬한 꼴찌지만, 빨간불에 멈춰 서면 나는 멈춰 선 차 중에 가장 앞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미묘한 일등의 기쁨을 만끽하며 생각할 것이다. 잠깐 멈췄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꾸역꾸역 노란불을 넘으려 한 내가 바보다. 힘도 없으면서 자꾸 뭔갈 하려고 해서 애를 써도 꼴등 인생이었던 게다.  이제라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멈춰 선 사람 중엔 내가 일등이다. 그리고 다시 출발할 때도 일등으로 출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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