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무진처럼 생각해 봤다
형편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연애도 뜻대로 되지 않고, 일은 손에 익어 아무런 성과도 욕심내지 않고, 문어발식 취미를 유지하며 혼자 방에 틀어박혀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런 내가 썩 별로였다. 내가 바란 일등 인생은 늘 바쁘고 뿌듯하고 뭐든지 척척 해내는 삶인데, 지금은 영 꼴등이었다. 그래서 자꾸 뭔가 하려고 했다. 아주 주저하면서. 달리기도 했다가 누군가에게 추근덕댔다가 글감도 비비 작작 남겨뒀다가.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게 너무 슬펐다. 그래서 모든 걸 멈췄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주변이 열심히 나아가는 덕에, 뒤처지는 모양새가 되었다. 뒤처진다는 건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빠지고,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울감을 감추지 못할 때 엄마가 나서곤 한다. 차를 사드린 후부터는 드라이브와 카페를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하신다. 난 아닌데. 그래도 왠지 엄마가 좋아하면 나도 좋은 것 같은 습관이 기분을 나아지게 만든다. 신나게 달리다가 신호등 노란불을 마주하면 액셀을 밟는 엄마와 달리 나는 고민한다. 내가 운전한다면 어떨까.
멈춰 설 테다. 초록불에 달리면 나는 아슬아슬한 꼴찌지만, 빨간불에 멈춰 서면 나는 멈춰 선 차 중에 가장 앞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미묘한 일등의 기쁨을 만끽하며 생각할 것이다. 잠깐 멈췄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꾸역꾸역 노란불을 넘으려 한 내가 바보다. 힘도 없으면서 자꾸 뭔갈 하려고 해서 애를 써도 꼴등 인생이었던 게다. 이제라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멈춰 선 사람 중엔 내가 일등이다. 그리고 다시 출발할 때도 일등으로 출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