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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Jul 19. 2020

월요일이 반가운 일요일 밤

내게는 너무 무거운 주말

금요일 퇴근할 때만큼 후련할 때가 없다. 일주일의 폭풍을 견뎌온 스스로가 대견하다. 집에 가면 마음껏 게임을 할 테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다 삑사리가 나면 혼자 깔깔 웃어댈 거고, 먹고 뒹굴다 소화불량에 시달릴 테다. 완벽한 계획을 4시간 30분 만에 마치고 나면 너무나 조용한 밤이 찾아온다. 불이 다 꺼진 작디작은 집은 순간 제 몸집을 키운다. 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적막한 방 안에서 내 마음이 너무 시끄럽다.


잘못 없는 남자 친구에게 괜한 모진 말을 던져 봤다. 내가 쓸쓸한 걸 알아주었으면. 뒤늦게 장난스레 'ㅋㅋㅋ'를 붙여보고, 화제도 돌려봤지만 영 개운치 않다. 이럴 걸 뭐하러 저런 말을 했을까. 재빠르게 밤 인사를 하고는 공허히 천장만을 바라본다. 문득 아무 계획 없는 주말이 무서웠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49시간쯤이야.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카톡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일어나자마자 우는 건 너무 주책맞다. 나의 모진 말에 내가 잠든 시간까지 가져와 고민하고 사과하는 지나치게 착한 나의 남자 친구는 결국, 나를 울렸다. 바쁜 일상에 감춰왔던 나의 못남들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고문의 시간이다.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미로는 한 번 들어가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헤매는 법이다. 


아무도 없이 환한 방안이 더 서러웠다. 친구들을 만나면 조금 나아질까 하는 생각이 나를 또 울게 만들었다. 나는 곁을 내어주는 법을 잘 모른다. 모든 관계에는 대가성이 존재한다는 나의 모난 생각이 주변 사람들을 밀어낸 걸 누구 탓을 하는 건지. 남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으면서 내 이야기는 들어달라는 이기적인 아이의 옆에 아무도 없는 건 당연한 건데. 


내일 당장 직장에 가지 않아도 엄마가 나를 여전히 사랑스러운 딸로 바라봐줄까. 내가 일을 하나쯤 아주 그르쳐도 괜찮다고 상사가 괜찮다고 말해줄까. 나의 수많은 투정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되어도 남자 친구는 나를 사랑해줄까. 몇 없는 친구들은 내 이야기만 하는 나를 또 만나고 싶을까. 하나의 자책이 또 다른 자책의 마중물이 되어 자꾸 나를 할퀴었다. 이미 두 뺨은 축축한데 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물을 퍼내고 또 퍼내어 본 건 참 어리고 어린 응석쟁이라 말하기도 창피하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필요한 사람이기를, 사실은, 모든 사람이 그래서 나를 좋아했으면 하는 지나친 욕심. 나도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그 누군가는 나의 이런 모습도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모순덩어리. 이 순간에도 어릴 때부터 누구 하나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바깥 탓을 하는 문드러진 속을 누군가에 들킬까 무서운 기분을 누가 알까.


소리 내어 울었다. 마침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뒹굴며 울었다. 제 가슴팍을 주먹으로 치고, 죄 없는 방바닥에 콧물을 묻혀가며 울었다.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제풀에 지쳐 스러져 자는 시간이 얼른 왔으면. 바쁨에 치여 내 마음속 소리 따위 들을 여유조차 없기를 바라는. 남탓하며 또 아무렇지 않게 지낼 월요일이 너무 반가운 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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