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민서 Mar 25. 2020

핀트가 살짝 어긋난 사랑

Out of focus

  

나의 하루에는 묘한 루틴이 있다

저녁까지는 외주나 단순 이미지 작업을 하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 어떤 움직임이나 소음도 없는

나만의 고요한 시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모친은 내가 잘 때까지 안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주 피곤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불경을 읽거나

어느 날은 사경을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이를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할 일이 많으니 먼저 주무시라 아무리 권해도
당신께서도 할 일이 많다며 들어가지 않는다
무시하려고 해도 신경이 쓰여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오늘도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숨겨 들고
잠자리에 들겠다는 거짓말을 한다
자는 방에 들어가 눈을 감고 언니와 동생 옆에 누우면
약 3분 정도 후 모친은 문을 열고 들어와 

내가 자는지, 애들이 이불은 잘 덮었는지 확인한 후
그제서야 안방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오늘도 핀트가 살짝 어긋난 사랑을 받았다
이 초점 나간 사진처럼
하지만 이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다
핀트가 살짝 어긋난 사랑처럼


헝가리의 어느 성당에서. 이들의 염원은 무엇이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중도의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