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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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에는 묘한 루틴이 있다
저녁까지는 외주나 단순 이미지 작업을 하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 어떤 움직임이나 소음도 없는
나만의 고요한 시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모친은 내가 잘 때까지 안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주 피곤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불경을 읽거나
어느 날은 사경을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이를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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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많으니 먼저 주무시라 아무리 권해도
당신께서도 할 일이 많다며 들어가지 않는다
무시하려고 해도 신경이 쓰여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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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늘도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숨겨 들고
잠자리에 들겠다는 거짓말을 한다
자는 방에 들어가 눈을 감고 언니와 동생 옆에 누우면
약 3분 정도 후 모친은 문을 열고 들어와
내가 자는지, 애들이 이불은 잘 덮었는지 확인한 후
그제서야 안방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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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핀트가 살짝 어긋난 사랑을 받았다
이 초점 나간 사진처럼
하지만 이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다
핀트가 살짝 어긋난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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