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마주하는 것
나를 꽤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타인 중 한 명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 첫인상과 말을 섞었을 때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고,
네 글을 읽으면 내가 아는 네가 아닌 것만 같아.
너를 볼 때마다 진정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처음 들어본 말이라 꽤 충격적이긴 했지만,
사실 이게 정상적인 일이 아닐까?
만물이 그러하듯 인간은 누구나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이 창조해내는 그 어떤 것들도 하나로 정의될 수 없을 테지.
이것들이 읽히고 쓰이고 버려질 때는 언제나 맥락적인 판단이 가미되기 마련이며,
이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유로운 특권으로 작용한다.
결국 내가 쓴 것은 네가 본 것이 아니며,
네가 읽은 것은 내가 쓴 것이 아니게 된다.
갑자기 잘라버린 이 앞머리가
단순히 머리를 자른 것인지,
완벽한 나를 자른 것인지,
완벽한 나를 위해 자른 것인지,
혹은 미련이나 감정을 자른 것인지는
나 또는 너 밖에 알 수 없는 셈이다.
감히 누군가를 파악하려 하지 말자.
그 누군가도 본인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고,
이런 의문을 품은 자도 자신을 파악하지 못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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