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민서 Mar 29. 2020

같은 공간, 다른 시선

너와 내가 마주하는 것


나를 꽤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타인 중 한 명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 첫인상과 말을 섞었을 때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고,
네 글을 읽으면 내가 아는 네가 아닌 것만 같아.
너를 볼 때마다 진정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처음 들어본 말이라 꽤 충격적이긴 했지만,

사실 이게 정상적인 일이 아닐까?


만물이 그러하듯 인간은 누구나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이 창조해내는 그 어떤 것들도 하나로 정의될 수 없을 테지.

이것들이 읽히고 쓰이고 버려질 때는 언제나 맥락적인 판단이 가미되기 마련이며,

이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유로운 특권으로 작용한다.


결국 내가 쓴 것은 네가 본 것이 아니며,

네가 읽은 것은 내가 쓴 것이 아니게 된다.



지금은 앞머리를 길렀다. 사진의 시간은 친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갑자기 잘라버린 이 앞머리가

단순히 머리를 자른 것인지,

완벽한 나를 자른 것인지,

완벽한 나를 위해 자른 것인지,

혹은 미련이나 감정을 자른 것인지는

나 또는 너 밖에 알 수 없는 셈이다.


감히 누군가를 파악하려 하지 말자.

그 누군가도 본인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고,

이런 의문을 품은 자도 자신을 파악하지 못했을 테니.




* Photo by Dmitry Ratushny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핀트가 살짝 어긋난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