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기 1.
베란다 난간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안개 자욱한 아침이다. 유부초밥을 만들어 아이들을 먹이고 서둘러 학교로 보냈다. 집 안에 적막감이 감돈다. 둘러보니 할 일이 그득하다. 뭐부터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 역시 집안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나름 일하는 사람이다. 아직 일과 가정이 분리된 시스템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괜찮다. 새총처럼 쭉 잡아당겨 무언가를 명중시키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물 흐르듯이 그렇게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파이브 라인을 구축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나처럼 퇴사자는 으레 해야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져서 요 몇 주간은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잘할 수 있는 것 또한 잘 가려내서 내 안의 옥석을 찾아내야겠다. 그 시간이 조금 길어져도 너무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따뜻한 커피가 주는 위로가 상당하다. 조금은 긴장된 머릿속을 원두향으로 채워본다. 말랑말랑한 두뇌로 유연한 사고를 하는 행복한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나 지금 조급하구나. 그렇구나.'
'조급 할 수 있지. 나만 멈춰 선 느낌 가질 수 있지.'
'이 모습 또한 나니깐 괜찮아.'
'조급한 거 깨달았으니깐 여유 갖으려고 숨 고르고 한 템포 속도 낮추면 괜찮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