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딸아이가 아프다.
메스꺼움과 구토, 발열까지 이어져
이틀을 버티다 결국 입원했다.
하루 종일 딸을 돌보던
아내도 몸이 좋지 않은 데다
반려견도 돌봐야 해서,
아내는 집으로 복귀하고
나는 병실에 남아 밤을 지새웠다.
낮에는 아내가, 밤에는 내가
번갈아 딸과 함께 있어야 해서
회사에는 입원 당일 오후 조퇴,
이후 이틀 오후 반차를 추가로 요청했다.
연초부터 결근계를 내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아직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빚을 진 사람처럼 작아진다.
대표님은 괜찮다며
가족을 먼저 돌보라 하셨지만,
그 말이 오히려
나를 더 조심하게 만든다.
가족이 아플 때 당연히 곁에 있는 일조차
회사 앞에서는 설명과 허락이 필요한 현실이
문득 서늘하게 느껴진다.
중요 업무를 팀원들에게 맡겨 둔 채
병원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책임을 피한 선택처럼 보이지는 않을지,
그들의 신뢰를 흐리지는 않을지 마음에 걸린다.
언제쯤이면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내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며칠 동안 힘들어하던 아이는
입원 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침대에 누운 아이를 보며
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그저 곁에 앉아 있을 뿐이다.
이렇게라도 이 밤을 함께 건너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새벽이 가까워지자
하품이 멈추질 않는다.
모두가
아프지 않은 건강한 새해가 되기를.
(2026년 1월 8일, 새벽녘 병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