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결혼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이 없이 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2세 계획이 없었다.
둘이 누리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젊음도, 자유도, 안정도 있었다.
그러다, 내 나이 마흔,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처럼
딸아이가 찾아왔다.
딸이 태어난 날,
신생아실 간호사가 아이를
내 품에 안아보게 하던 그 순간,
쿵~쾅~쿵~쾅~,
천둥처럼 전해지던 딸의 심장 소리.
"나 태어났어요~"
앙앙 울다가
아빠 품에 안기자
울음을 멈추던 갓난아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세상은 그제야 낯설고,
온통 위험한 곳처럼 보였다.
"이 험한 세상에
무슨 용기로 온 거니, 아가야..."
찬란한 인생을 살게 된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끝이 있을 테고,
그 이후를 떠올리면
나는 아이가 그저 가엾기만 했다.
그래서 더욱 애썼다.
이 험한 세상에
오염되지 않도록,
상처받지 않도록.
그렇게,
가엽게만 느껴지던 갓난아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쁨과 웃음을 안겨주고
"아빠~"를 불러주는 행복도 안겨주었다.
생글생글 웃던 딸아이는
어느새 토라지기 잘하고
가끔은 아픈 말도 툭툭 던질 줄 아는
중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40대는
딸에 집중하는 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예쁘고 소중한 시간들은
천천히 머물다 가도 좋으련만,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이
그저 야속할 뿐이다.
아이는 내게
의미와 행복을 주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인생 속에서
끝없이 고군분투하게 될 걸 생각하면,
마음에 찌릿한 아픔이 찬다.
예쁜 우리 딸,
그래도 힘내~
아빠는 늘, 너의 편이 되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