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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Nov 13. 2019

[도쿄 스가모] 츠타 蔦 つた

스가모에서 맛보는 첫 미슐랭 라면


스가모 巣鴨는 노인들의 하라주쿠 혹은 홍대라고 불리는 동네다. 시끌벅적한 신주쿠나 시부야보다 조용하지만 나름대로는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과 술집도 있는 큰 동네다.


이 동네에 미슐랭 1스타 맛집이 있는데, 그게 바로 라멘집 츠타 다. 실제로는 라멘이 아니라 소바 면이 들어간 라면이랄까, 하여튼 특이한 집이다. 가게 앞 이름도 Japanese Soba Noodles 蔦라고 쓰여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첫 라멘집, 츠타



츠타 蔦
1 Chome-14-1 Sugamo, Toshima City, Tokyo 170-0002 일본
+81 3-3943-1007
https://goo.gl/maps/VGSP9X2hMA2sPomF7


이곳에 가려면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아침 7시에 가서 점심 식사권을 사야 한다는 점!



사실 나는 예전에 츠타에 오전 8-9시쯤 왔다가 티켓이 다 팔려서 못 먹고 돌아간 적이 이미 있다. 그래서 이번엔 칼을 갈고 아침 7시에 찾아가서 무사히 티켓 겟!


11시부터 4시까지만 영업한다.


드디어 영접한 츠타의 식사권!


식사권은 오전 11시 것(흰색)과 12시 것(파란색) 중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오후 12시 것으로 하면 11시에 온 사람들이 식사하면서 지연되었을 때 추가로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11시 것으로 선택했다. 식사권 하나 당 1000엔의 보증금을 내야 하므로 꼭 현금을 준비해서 가야 한다.



좀 쉬다가 11시 조금 지나 다시 츠타로 돌아온 우리. 이미 우리보다 일찍 온 11시 티켓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어서 그냥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가게 오른쪽 공간에서 또 대기를 해야 할 줄이야! (대반전)



직원이 문 앞의 우리를 데리고 옆에 가서 줄을 서야 한다고 알려주었는데, 11시 티켓을 산 사람들도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7시에 가서 받은 식사권은 대기할 권리를 얻는 대기권이었던 걸로 밝혀졌다. ㅠㅠ


그리고 우리는 딱 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중간에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가게 안의 자동판매기에서 주문 결제를 미리 하게끔 도와준다. 자판기에는 1000엔, 2000엔 지폐만 들어가는데 혹시 더 큰 지폐밖에 없다면 직원에게 교환해달라고 부탁하면 되니 당황 노노! (사실 우리가 5000엔짜리 밖에 없어서 당황했었다.)


센엔니 코우칸 오네가이시마스 1000円に交換お願いします! (천 엔짜리로 바꿔주세요)



드디어 손에 넣은 츠타의 라멘 쿠폰. 원래 음식점에서 줄서는 일은 잘 안 하는데 이게 뭔지..!


대기하는 곳에서 메뉴에 대한 영어 설명을 볼 수 있다.
원산지까지 꼼꼼하게 밝히는 츠타.


한 시간 정도 서있으며 어떤 메뉴를 고를지 구글 리뷰를 보며 고민한 우리는 각각 간장 베이스와 소금베이스 메뉴를 골라 서로 맛보기로 했다.



드디어 입성한 츠타의 내부. 메밀을 바로 도정하는지 도정기가 있다.




쿠로 토류후 쇼유 소바 黒トリュフ醤油ソバ


흑트러플 간장 소바, 2460엔


계란을 안 좋아해서 안 먹는 오빠는 간장 베이스의 쿠로 토류후 쇼유 소바 トリュフ油ソバ(흑트러플 간장 소바, 2460엔)에 따로 챠슈(230엔)와 구조네기 九条葱 くじょうねぎ (230엔, 구조 파)를 추가한 소바를 시켰다. 총 2920엔이어서 계란이 원래 들어있는 소바와 가격은 같다.


흑트러플을 탐스럽게 많이도 올려주었다. 한 시간 대기했던 고생이 한순간에 씻겨져 내려가는 느낌! 육수가 생각보다 진한 색상이라서 놀랐다. 맛은 묘하게 우육면도 떠오르고 동파육도 떠오르고 장조림도 떠오르는 깊은 맛이었다. 그러면서도 짜지는 않았다.


한 시간 기다릴 만한, 진국이었던 국물!


간장 베이스의 쇼유라멘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우리 둘 다 아주 맛있게 호로록호로록! 면은 소바라는 명칭답게 연갈색의 얇은 면으로, 부드럽게 입 안에서 감겼다. 쫄깃한 씹는 맛보단 부담 없이 숙숙 넘어가는 스타일.



쇼유라멘에 추가한 구조네기는 특이하게 가로로 송송 썰지 않고 세로로 길게 썰어서 따로 내왔다. 양도 듬뿍! 파를 사랑하는 우리 부부는 대만족 했다. ㅎㅎ 파나 쪽파는 정말 음식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마법의 재료 같다.




쿠로토류후 챠슈 아지타마 시오 소바 黒トリュフチャーシュー味玉ソバ


소금 육수 베이스의 흑트러플 챠슈, 계란 소바, 2920엔


그리고 이건 내가 시킨 소금 베이스의 쿠로토류후 챠슈 아지타마 시오 소바 トリュフチャーシュー味玉ソバ(소금 육수 베이스의 흑트러플 챠슈, 계란 소바, 2920엔).


소금 베이스라서 육수 자체의 맛이 쇼유 소바보다 특색이 덜 있다 보니 오히려 트러플 풍미가 확 더 풍겼다. 쇼유 소바는 의외로 담백하고 안 짰다면 시오 소바는 좀 짭짤했다. 그래서 육수보다는 국수에 집중해서 먹었다. 계란도 아주 예술로 겉은 부드럽게, 속은 반숙으로 익혔는데,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은 그릇이었다. 시오 소바에는 특이하게 상큼한 자몽이 한 토막 올라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먹으니 향긋한 향이 퍼지면서 깔끔한 마무리가 되었다.


그래도 역시 츠카는 쇼유 라멘이 진리였다.


아, 왜 미슐랭 맛집인 줄 알겠다!



열심히 흡입하는 남편. ㅎㅎ 다음 사람을 위해, 또 소바가 식기 전에 먹기 위해 사진은 최소화해달라는 글을 보고 사진은 몇 장 못 찍었다.


참, 집에서도 츠타 소바를 먹고 싶어서 2개(1개 1500엔)를 미리 자판기에서 사뒀다. 일본식 라멘은 육수와 면만 들어있어서 고기나 파, 계란 등은 취향에 따라 따로 준비해서 함께 곁들여먹으면 된다. 아껴뒀다가 정말 생각나면 꺼내먹어야지! 트러플 오일을 뿌려 먹으면 아주 훌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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