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는 구르메 갓포
오레노 俺の 음식점 시리즈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다. 합리적인 가격(무려 원가가 소비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다른 고급 레스토랑 가격의 1/3 수준에 제공한다고 한다)에 고급 미식을 즐기는 체인으로 오레노 시리즈에는 오레노프렌치, 오레노이탈리안, 오레노야끼니꾸, 오레노야끼토리 등이 있다. 그중 오레노갓포 俺の割烹가 괜찮다는 내용을 «일본에 사케 마시러 가자»(김성수)에서 보고 이번 기회에 도전!
참,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갔던 토요일 저녁 6시에는 바글바글 만석이었다.
오레노 갓포
8 Chome-8-17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일본
+81 3-6280-6948
https://goo.gl/maps/qZem8nfyVZVTXYzHA
JR신바시역의 긴자입구에서 도보 5분 혹은 신바시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이면 갈 수 있다.
데이트하러 오는 듯한 로맨틱한 분위기였고 실제로도 남녀가 짝을 이룬 테이블이 많았다. 가운데에 오픈 키친이 있다.
음식과 함께 나미나미 なみなみ(찰랑찰랑 가득 채워주는) 스파클링 와인을 한 잔씩 시켰다. 안 단 카라구치와 단 아마구치 스타일 중 선택할 수 있다. 한 잔에 680엔!
이름 그대로 넘치기 직전 수준으로 가득 채워줘서 기분이 좋았다.
생참치 사시미, 1280엔
가장 처음 나온 요리. 나마마구로사시미 生マグロ刺し(생참치 사시미, 1280엔). 하나도 안 비리고 부드러워서 회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잘 먹을 것 같다. 마구로의 각기 다른 부위를 숙성한 회로 각각을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있었다.
오레노갓포의 마구로 사시미가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시켰는데 다행히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었다.
와사비,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흡입!
불로 살짝 겉을 익힌 고등어 스시, 2개 680엔
그다음으로 나온 대망의 아부리사바즈시 炙り鯖寿司(불로 살짝 겉을 익힌 고등어 스시, 2개 680엔). 불로 겉을 익히면서(아부리) 고등어의 기름이 삭 올라왔다. 전혀 비리지 않으면서 쫄깃하다. 특이하게 김을 함께 줘서 와사비와 사바즈시를 함께 롤처럼 싸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내가 맛본 사바즈시 중 최고!
흑모와규와 푸아그라 스끼야끼, 1680엔
다른 곳에서 보시 힘든 메뉴, 쿠로게와규또후아그라노스끼야끼 黒毛和牛とフォアグラのすき焼き(흑모와규와 푸아그라 스끼야끼, 1680엔. 날계란 소스 추가 시 100엔). 사실 내가 스끼야끼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맛본 스끼야끼 중 아주 맛난 스끼야끼를 여기서 맛볼 줄이야! 고기도 함께 나온 푸아그라도 아주 살살 녹는 맛이었다.
흑모와규와 푸아그라의 만남, 그것만으로도 이 메뉴는 시켜볼 만하지 않은가?
시로호노카 白穂乃香라는 삿포로 맥주와 오레노 추천 화이트 와인 (각 700엔, 680엔). 시로호노카는 일반 맥주와 달리 살아있는 효소가 들어있어서 품질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하며 캔이나 병으로는 판매되지 않는다고 한다. 묘한 감칠맛과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는 맥주다. 화이트 와인에서는 향긋한 오렌지 계열의 아로마가 느껴졌다. 오레노갓포엔 전반적으로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술이 합리적인 가격에 잘 구비되어 있다.
눈볼대 소금구이, 한 마리 최대 3180엔
웨이터의 추천 메뉴 중 하나였던 노도구로시오야끼 のどぐろ塩焼き(눈볼대 소금구이, 한 마리 최대 3180엔, 이 디쉬는 2380엔). 비싸지만 그만한 값을 하는 맛이다. 생선 무게에 따라 값을 다르게 지정하는 것 같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알찬 맛이다. 생선구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에게도 합격점! 특히 간 무와 레몬을 짜서 뿌려먹으니 더 맛있다.
오레노갓포의 추천 레드와인, 오레노아까 俺の赤(한 잔에 780엔). 이다음에 망가릿짜부타시오야끼 マンガリッツァ豚の塩焼き (만갈리차 돼지고기 소금구이, 980엔)가 나올 예정이라서 레드와인으로 주문했다. 모든 술을 부담 없이 한 잔씩 주문할 수 있어서 좋다.
다양한 요리와 술을 매칭해서 즐길 수 있는 오레노갓포의 매력
만갈리차 돼지고기 소금구이, 980엔
미디엄 레어로 구워진 만갈리차 돼지고기 소금구이. 돼지 이름이 낯설어서 검색해보니 헝가리의 돼지라고 하는데 생김새가 꼭 양과 돼지의 중간(?) 같다.
만갈리차 돼지: 만갈리차는 19세기 헝가리 토종 멧돼지와 유럽산 멧돼지 사이의 교배를 통해 탄생했다. 과거 헝가리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만갈리차는 공산주의 시절 돼지고기 생산이 산업화되면서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지방이 많고 고기가 적어 소비자들과 양돈업자에게 외면을 받았고 경쟁에서 도태됐다. 그러던 1989년 한 농민 단체를 시작으로 만갈리차 되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지금도 만갈리차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출처: https://www.google.co.kr/amp/m.kmib.co.kr/view_amp.asp%3farcid=0011682634)
한국에선 보기 드문 미디엄 레어의 돼지고기 구이. 야들야들 기름지다. 와사비와 레몬, 간 무를 곁들여먹으면 최고다. 기름진 맛을 딱 잡아준다.
아귀의 간, 480엔
앙키모 あん肝(아귀의 간, 480엔). 마지막으로 택한 요리다.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앙키모! 녹진하고 고소하다.
블랙라벨(쿠로라베루) 삿포로 맥주도 함께 시켰다.(580엔)
밤 아이스크림 모나카, 380엔
마지막으로 디저트, 구리아이스크리무모나카 栗アイスクリームモナカ(밤 아이스크림 모나카, 380엔). 밤맛이 제대로 나는데 어째 익숙한 맛이다 했더니 바밤바 맛! 조금 더 고급스러운 맛이지만 바밤바가 연상되는 맛이었다. ㅎㅎ
이렇게 다 먹고 마셔서 둘이서 총 15,422엔이 나왔다. 노도구로가 제일 비쌌는데 이게 아니었으면 13,000엔 정도 나왔을 것이다. (참, 인당 자릿세가 300엔씩 붙는다.) 워낙 엥겔 지수가 높은 우리 부부니 이 정도지, 적당히 먹고 마신다면 이보다 적은 가격에 맛있고 배부르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오레노갓포 방문으로 오레노 시리즈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고기구이집인 오레노야끼니꾸 俺の焼肉나 닭꼬치 집인 오래노야키토리 俺の焼き鳥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