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은 온통 사람의 길이니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백
남천문에서 한 번 길게 휘파람을 부니
만리에서 청풍이 불어오누나
텅 빈 듯 작은 우주여
세상을 버리니 이 얼마나 유유한가,
이백, <유태산>
두보
타이산은 대저 어떠한가
제와 노에 걸쳐 푸름이 끝이 없구나
조물주는 신령하고 수려한 봉우리를 모았고
산의 남북은 어둠과 새벽을 갈랐구나
씻겨진 가슴에는 높은 구름 피어오르고
터질 듯한 눈자위로 돌아가는 새들 들어온다
언젠가 산 꼭대기에 올라
자그마한 산봉우리들을 한번 굽어보리라,
두보, <망악>
<내 새끼란 무엇인가>, 나
진달래 대피소 사람 가득한 곳에서
내 새끼 앉혀두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라면을 끓여 한 모금,
손에는 김밥 하나 쥐어주게 하는
내 새끼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 생각하는 내 손에도
아빠가 쥐어준
차가운 김밥이 들려있다
하얗고 작은 고양이를 향하는
그 마음과 비슷하려나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1999년 1월 격동하는 21세기를 준비하며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에서
박노해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박노해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