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권의 책 중, 최인아 책방에 입고된 책을 제외하고는 전부 집으로 배송되었다. 이제 남은 책들이 사람들과 연결되도록 연이 닿도록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바로 입고 신청이다. 첫 입고 메일을 4월 4일에 보냈으니 입고를 하기까지도 1주일이 걸렸다.
입고 신청을 하려면 책 소개글을 짧게 적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 이 말을 하려고 276페이지를 썼는데 이걸 다시 네다섯 줄로 옮겨 적어야 한다. 아직 난 내 책의 주인이 아닌가 보다.
뭐라고 딱 떨어지게 쓸 수 있지? 뭐라고 설명하지? 도대체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딱 뭐지? 나도 날 잘 모르겠다의 결론
책방은 책방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출판사마다 결이 다르듯이. 나는 내가 다녀온 곳 중에 나와 어울리는 곳이나 평소 관심 있게 보아온 책방에 입고 신청 메일을 보냈다. 유명하다는 독립서점에도 보냈다. 물론 거절 메일도 받았다. 그건 내 책이 그 공간의 분위기와 결이 달라서다. 결이 같은 곳을 찾아보고 입고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한 순위대로 서점을 줄 세워 입고하고 싶지 않았다. 유명하든 손님이 많이 오든 그건 나와 별 상관이 없다. 어차피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에게는 책이 가도 귀히 대우받지 못한다. 책이 있을 곳에 가 있어야 책방 결에 맞는 사람에게 발견될 수 있다.
어찌 보면, 나는 늘 이쁨을 받고 환대받으며 자라왔다. 그래서 더더욱 실패의 아픔이 컸으리라. 내가 목표를 향해 돌진해서 이를 악물고 얻어낸 적도 있고, 평소 내 모습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나를 픽미업 해서 새로운 기회를 주시기도 했다. 어쨌든 거절은 익숙지 않았으리라.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로 사랑해주신 나를 스쳐가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 이제 나는, 숱한 거절의 밭에 발이 푹푹 빠지면서도 말랑말랑한 흙을 계속 밟아나가야 한다는 걸 안다. 그리고 나도 뚜렷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 흙은 비 온 뒤 단단해질 것이다. 삶의 매 순간은 결정이고, 어찌 보면 그건 거절의 궤적이다. 여러 개를 거절하고 하나를 취해 궤를 그려나가는 것이니까.
책을 만들겠다고 한 것, 출판을 결심한 것 그리고 입고를 한 것 전부 내게는 한계선을 넘는 일이었다. 지금 보면 순탄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그때는 한 발짝 떼는 데 얼마나 두근두근 했던가.기억하자. 두근두근 내디딘 발걸음, 지나고 나면 고마워하게 되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