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까님돌아와요

두려웠던 시기

by 포텐슈

책을 최인아 책방에 입고하려 방문했을 때, 지난번 내 책을 기대해주신 분을 만났고 책을 4권이나 구매해주셨다. 사인을 부탁하셔서 만년필을 꺼내 들었는데 손이 떨렸다.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고민되고, 내 책이 그분이 기대하신 것만큼이 되려나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사인을 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물으신다.


책을 내시니까 어떠세요?
"무서워요."
참 겸손하시네~


책의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이 이제 퍼져나갈 것을 두려워했다.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내용은 없는지, 나를 위해 썼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내용이었으면 좋겠고, 후에 후회하지는 않을는지, 글에 드러난 미숙함까지 별별 걱정이 다 들었다. 조금만 덜 솔직하게 썼다면 무섭지도 않고 여기저기 홍보도 했을 텐데. 무섭다. 평가받게 될 테고, 그 평가가 칭찬으로 기울었으면 좋겠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니 세상에서 자기 이름과 얼굴을 걸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존경이 든다. 간판에 자기 이름 석자를 걸고 운영하는 사람, 강연을 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있는 이곳 최인아 책방도.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구나.


한계선을 넘었다고 머리로 다짐했는데, 이제 현실로 감당해야 할 시기가 왔다. 알리고 싶지 않았던 주변인들에게도 퍼져나가고, 재입고 요청이 들어온다. 이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곳으로 책은 가버렸다. 이미 퍼져있는 책들을 다시 송구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되돌려 받고 싶었다.


나에게 물었다. 너 정말 감당할 수 있니? 아니.


언니는 내 얘기를 곰곰이 들어보더니 거실로 나갔다. 띠링띠링. 입금 안내 문자가 오고, 은행 어플 속엔 자까님돌아와요. 라고 쓰여있었다.



책은 흘러가서 독자가 이제 주인이 된다. 내가 쓴 것과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책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로써, 읽는 이는 쓴이의 경험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계속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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