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낸 지 8개월

무엇이 변했고 무엇을 얻었나

by 포텐슈

좋아하는 책방에서 베스트셀러 4위를 했고, 북토크를 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북메이킹 수업도 해보고, 2019 서울 국제도서전에 나 대신 책이 참가했다. 동기들과는 5월에 소소 예술시장에 참가해서 직접 책을 팔아봤다. 책으로 맺어진 연이다.


어디선가 봤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그 말이 나를 설명하기 딱 좋은 문구다. 8개월 전과 지금은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1. 종이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E-book으로 책을 폭발적으로 읽게 됐다. E-book을 알게 되고부터 배송을 기다리지 않아도, 도서관을 가지 않아도 책을 읽는다. 마치 가장 배고플 때 먹는 밥 한 숟갈이 맛나는 것처럼, 가장 읽고 싶을 때 다운로드 해서 읽는 전자책(이북, E-book)이 참 맛나다. 가장 호기심 가득할 때 으니 집중이 잘 된다. 두꺼운 책들도 무게 걱정 않고 돌아다니며 읽었다. 내게는 종이책보다도 전자책이 먼저였는데, 책을 만들고 나서 편집을 해보고 나니 종이책이 보였다.


전자책은 마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다. 전국 어디를 가나 같은 환경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본다. 그에 비해 종이책은 야외상영관에서 보는 영화다. 그날의 바람, 온도, 주변 소리. 비가 왔었는지 해가 쨍쨍했는지 바람이 너무 차서 손이 꽁꽁 어는 것 같았는지, 그런 주변 기억들이 함께 기억된다. 물론 멀티플렉스 영화관까지 가는 길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에 내려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던가, 네모난 큰 건물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한참 타다 도착한다던가. 그래서 영화관에서 여러 가지 영화를 봐도 주변 경험은 늘 비슷한데, 어쩌다 바깥에서 본 영화는 다채롭다. 주변 환경 기억 덕이라고 생각한다.


종이책은 책마다 판형이 다르고, 두께도 다르고, 폰트도 다르고, 사진 배치도 다양하다. 게다가 컬러다. 읽는 경험이 새롭다. 그에 비해 내 전자책은 늘 6인치고, 글씨체도 내가 설정한 그 크기를 늘 유지한다. 완독을 해도 끝나는 신호, 정지신호(stopping cues)가 없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틀이 늘 같다 보니 좀 읽다 보면 질리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종이책은 새로운 책을 손에 들 때마다 새롭다. 읽고 나면 읽은 느낌도 든다. '에디터가 참 고생했겠다. 이 에디터는 이런 경험을 주고 싶었구나.'를 알아채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본적은 전자책이다. 읽는 경험이 중요한 글, 손에 잡고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나 밑줄긋고 메모도 연필로 남기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읽고, 정보성 글이나 후루룩 빠른 호흡으로 읽게되는 책이나 너무 두꺼운 책은 전자책으로 읽곤 한다.



2. 다른 사람 글에 좋다고 표현한다

독자들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힘이 된다. 누군가 내 글을 값지게 읽었다고 하면 쓰면서 즐겁다. 그걸 알기에, 잘 읽은 글에는 좋아요만 누르는 게 아니라 댓글을 남기거나 메시지를 보낸다. 글을 발행하기까지 용기가 몇 스푼은 필요했을테고 망설였을테고 그걸 결국엔 이겨내고 나온 글이라는걸 잘 안다. 표현은 드러냄이니까, 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드러낸다.



3. 쓰는 삶, 주변의 모든 게 소스다

본 걸 쓰고, 읽다가 쓰고, 쓰다가 궁금한 걸 읽는다. 내가 오늘 겪은 모든 게 글이 된다. 주변을 더 들여다본다. 지난 책에서 썼던 대로 이번에는 자연을 열심히 들여다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써가는 일. 그리고 쓴 글을 내보이는 일까지. 들여다보고 쓰는 행동이 잔잔하게 나를 받쳐준다.



4. 해외여행, 직업란에 writer라고 써본다

4월 8일, 책방에 입고하면서 계약서를 쓰는데 내 이름 옆에 작가라 쓰여 있었다. 북토크를 마치고도 사인을 하면서도 그랬다. 책방 매니저님은 작가님 책이 베스트셀러잖아요!라고 하신다. 누가 나를 작가님이라 부른다. 귀가 간질간질하고,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정도로 낯설다. 작가와 저자 사이. 작가는 거창해 보이고 저자는 좀 담백해 보인다. 그래도 시간은 면역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변수다. 익숙해진 어느 날, 입국신고서를 쓰면서 writer라고 적어봤다. 자까님이 됐다. 예술가가 되겠다. 삶에서 든 고민은 시로, 생각을 그림으로, 그 둘로도 표현이 안되면 글을 쓰겠다. 그리고 내 노래를 만들어 내 장단에 춤을 추는 사람이 되어가자.



5. 독자와 연결됐다.

많은 곳에 입고하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발견되고 연락을 해주신다. 나의 상황과 그의 상황이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내 책을 빛나게 할 뿐이다. 책을 통해 연결되어 기쁘고, 두려워하며 내디딘 걸음 끝에 서 계셔 주어서 감사하다. 내 글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위로받은 이가 보내준 정성스러운 글에 나도 활력을 얻는다. 충분하고 충만하다.





19년을 되돌아보며

2019년 12월 9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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