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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다채 1호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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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채 Sep 01. 2021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념을 가지고 실천하는 또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

본 기사는 조은 님의 인터뷰에 대한 에디터의 답변입니다. 인터뷰이, 그리고 인터뷰이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Editor |손재연



* 다음 인터뷰들은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무길역 씨 (가명, 23세) 

무길역 씨는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대학생이다. ‘무길역’은 그가 직접 만든 자신의 별명이다.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특별히 거창한 일이라기보다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떨 때 무력한 것 같나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행동함으로써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 행동했는데도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느낄 때 제일 무기력해요. 싸워봤자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을 때가 많았어요. 


저는 나름 주변에 제 목소리를 많이 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 이후로 여성주의를 알게 되고 본인의 언어로 여성주의를 내재화하고 표현하는데, 내 주변만 그런 거고 생각보다 안 바뀌었구나 싶을 때가 많았어요.


‘페미니즘이 사회적 의제가 되면 분위기가 많이 바뀌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초기에 페미니즘을 논할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느끼는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정말 무력해요. 



본인이 지키려는 신념과 본인의 모습이 모순된다고 느끼신 적이 있나요?


잘못된 현실이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 행동하는데, 동시에 내가 애써도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순을 느끼곤 해요. 


이 무기력은 사회가 잘못되었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무언가를 하다 오는 감정인데, 무기력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잖아요. 지금 나는 바뀌지 않을 것을 위해서 삽질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또,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계속 변하고, 지속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지금 내 생각과 옛날에 내가 하던 말이 달라지는 것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적확하게 쓰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내 목소리를 글로 쓰는 것에 무서움이 생겼어요.


개인적으로, 이 무력함을 극복하라고 사회가 저에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어쩌라고. 무기력함이 나의 개인적인 감정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맞닿아있는 세상이 날 무기력한 환경에 내모는 건데. 무기력을 느끼는 게 내 탓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대해서 계속 글을 썼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신념을 계속 지켜나가는 이유는 뭔가요?

또, 계속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신념을 지키는 이유는 말 그대로 신념이기 때문인듯해요. 부조리한 구조를 알게 된 이상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서 신념을 지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계속하게 되는 동기부여는, 뭐라도 안 하면 정말 너무 무기력하기 때문에…. 


주변이라도 바꾸려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게 그나마 저를 덜 무기력하게 해 줘요. 같은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나 혼자서는 목소리 낼 용기가 나지 않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론화하고 목소리를 내면 힘이 나요. 


내가 신념을 지키고 행동을 지속하면 무언가 반드시 바뀔 거다! 하는 믿음은 사실 전혀 없어요. 그냥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이 답변마저 무기력하네요.



무력감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나아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고.

무언가를 알고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이전은 너무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돌아갈 수 없다.



유기력 씨 (가명) 

유기력 씨는 교육제도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교육자이다.



신념을 지키는 일을 하다가,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으셨나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반하는 사회의 견고한 진과 마주했을 때입니다.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1등인 나라, 아동 및 청소년 행복지수가 최하위인 나라에 사는 한 어른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어떻게 하면 우

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며 20년 가까이 교육계에 몸담으며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 분야의 일을 하면서 정작 우리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거대한 이권집단과, 자신의 안전한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 변화를 싫어하는 소위 기득권 세력들의 안일한 교육적 행태들로 인해 좌절감을 느꼈어요. 그때 나의 신념의 발로에서 나온 모든 시도와 노력들이 실현 가능할까 하는 무력함을 맛보았습니다.



무력감을 느꼈던 당시 감정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이 없는 것 같고, 눈앞에 가로막힌 거대한 벽을 마주한 것 같았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깜깜한 터널을 헤매는 것 같은 막막함이 밀려왔죠. 



본인이 지키려고 하는 신념과 본인의 모습, 혹은 행동이 모순된다고 느끼신 적이 있나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사교육을 규제하고 제한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지만, 이 신념에 반하는데도 생계를 위해서 학원 강사나 과외로 생활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또 한때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나의 신념에 반하는 조직 내의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신념을 계속 지켜나가는 이유는 뭔가요?

또, 계속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우리 아이들은 존재만으로도 존귀하고, 그들이 행복하게 배우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누구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죠. 저는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제가 사는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다채 1호는 인터뷰이의 지갑을 통해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각자의 크고 작은 다름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사회를 꿈꿉니다.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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