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와 *지라시/찌라시

by 김선철


신문과 방송,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되지 못했을 때에는 벽보가 관청이나 민간 사업자의 주된 홍보 수단이었다.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어서인지, 공직선거법 및 그와 관련된 법령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는 아직까지 벽보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더 널리 또는 시급하게 알려야 할 것은 벽보보다 훨씬 작은 종이에 내용을 담은 이른바 ‘삐라’를 경비행기가 뿌려 알리기도 하였다. 비행기가 뿌려서 하늘에서 펄럭이며 내려오는 삐라는 드물게 보는 장관을 연출하여,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서로 더 많이 주우려고 난리법석을 떨기도 하였다.


삐라와 비슷하게 종이 낱장의 형태로 된 것을 일컫는 ‘찌라시’라는 말이 있다. ‘삐라’는 쓰인 지 꽤 오래된 탓에 표기도 그대로 인정되어 웬만한 국어사전에 실린 지 오래지만, ‘찌라시’(규범 표기는 ‘지라시’)는 상대적으로 나중에 들어온 말이어서 국어사전에 꽤 나중에 올랐다.


‘삐라’는 영어 ‘빌’(bill)이 일본어에서 ‘비라’(ビラ)가 된 다음, 우리말로 넘어와서 다시 꼴이 바뀐 모습이다. 이는 주로 정치적인 선전문을 담는 것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찌라시’는 선전지나 광고지를 뜻하는 일본말 ‘지라시’(散(ち)らし)가 우리말에 들어온 것으로서, 우리에게는 상업적인 광고를 담는 것을 뜻하는 쪽으로 한정되는 분위기이다. 즉, 우리에게 삐라와 지라시는 형태는 비슷하지만 기능이 약간 다른 것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다. 이와 달리 일본 사전에 따르면 일본어의 ‘비라’와 ‘지라시’는 거의 같은 뜻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삐라’와 ‘찌라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일컫는 우리의 한자말은 ‘전단’(傳單)이며, 근래에는 ‘전단지’라고도 한다. 즉, ‘전단지’는 일종의 중복 표현이다.


’삐라’는 1920년 7월 6일 자 조선일보에 처음 등장하였다. 같은 해 같은 신문 6월 21일 자 이후에 ‘비라’라고도 하였으니 맨 처음에는 두 가지 표기가 같이 쓰였던 듯하다.


[유래]

삐라: bill > ビラ > 삐라

지라시: 散(ち)らし > 지라시/찌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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