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를 당해 지르다

by 김선철


인터넷의 발명을 인류 몇 대 발명에 넣는 사람도 있듯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및 언어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하는데, 실생활에 밀접한 것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고자 하는 물건이 있으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손쉽게 시중의 최저가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더욱 경제적인 구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반드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구매를 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충동구매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전 시대와 달리 지금은 남들이 무엇을 샀다는 소개 또는 자랑, 광고 아닌 듯한 소개 동영상 등으로써 충동질을 당해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유행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말로, 큰마음 먹고 어떤 물건을 사는 것을 ‘지르다’라고 표현하며, 남에게서 구매를 권유 당하거나 내가 남의 구매 글을 읽고 충동을 느끼는 것을 ‘뽐뿌를(뽐뿌질을) 당하다’라고 표현한다.


이때의 ‘뽐뿌’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듯이 영어 ‘펌프’(pump)가 어원이다. 이 말이 인터넷 공간에서 퍼져서 이제는 실제로 입말로도 쓰이는 경우가 꽤 있는데, 사실은 예전부터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꽤 많은 지방에서 ‘펌프’ 대신 써 왔으므로 외래어의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외래어 사투리는 영어가 어원이기는 하지만 일본말 ‘폰푸’(ポンプ)가 들어와서 꼴이 바뀐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 기사에서 ‘뽐뿌’가 처음 나타난 것은 1923년 2월 22일 자 조선일보 기사이므로 이런 추측에 신빙성이 가해진다. 그러나 1921년 6월 27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펌프’도 처음 나타나 계속 쓰이고 있으므로 이 두 가지 말이 거의 동시에 나타나 공존하고 있는 쌍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뽐뿌’에 충동이라는 의미가 덧붙어 서로 약간 다른 말이 되고 있어 한 언어에 엄밀한 동의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언어학의 원리가 관찰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폰푸’가 ‘뽐뿌’로 변한 것은 일본어의 무성음이 때때로 우리에게 된소리로 들리며, 또 받침소리 ‘ン’가 뒤 자음의 소리 나는 위치를 닮는 현상에 말미암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유래]

뽐뿌: pump > ポンプ > 뽐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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