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을 때, 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 가격에 매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첫 주식을 살 때도 매수 주문을 걸고 바로 어플을 껐다. 체결되면 문자가 올 텐데, 한참이 지나도 문자가 오지 않았다. '내가 매수 가격을 너무 낮게 걸었나..?' 마음 한편에 불편함을 가진 채 내일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서 확인해보기로 하고 관심을 접었다. 다음날 아침, 주식이 체결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내가 매수하겠다고 부른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 왜지..? 의문은 들었지만 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샀으니 운 좋네, 생각하고 넘어갔다.
주식 거래 시간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두 번째로 주식 가격에 의문을 가졌을 때였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느지막한 오후 시간에 짬이 나서 거래를 하려고 어플을 켰는데, 모든 주식들이 가격에 변동이 없었다.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호가창에서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이 보여야 하는데, 전혀 미동이 없었다.
검색해보니 주식 거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이라고 하더라.
나는 6시까지 근무하는데 왜 주식은 3시 반에 끝나..?
네이버 검색 결과 캡처 (검색어: 주식 거래 시간)
거래 시간을 알게 되면서 두 가지 불만을 갖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이 불만에는 변함이 없다. 첫째, 왜 하필 3시 반에 끝나는가? 나의 경우 오후 4시에서 5시가 넘어가면 업무 중 조금 여유를 부려볼 틈이 생기는데, 그 시간은 이미 장이 마감된 후다. 3시 반이라는 시각은예의 주시하고 있다면 충분히 챙길 수도 있지만, 다른 일을 하다 보면 갑자기 휙 넘어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둘째, 주식 장이 9시에 시작하는 것이 싫다. 9시라는 시각은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므로, 요동치는 주식 가격을 들여다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 나도 주식으로 돈을 펑펑 벌어서 전업투자자가 된 뒤 매일 아침 9시부터 주식 전쟁터에 뛰어들고 싶다.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챙겨주는 회사에 다니는 이상 8시 59분까지는 딴짓하고 있다가도 9시에는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했던 것은 9시에서 9시 반 사이가 가장 거래가 활발하고 주식 가격이 많이 변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주식 어린이들의 흔한 대화
좀 더 늦게 주식을 시작한 친구와도 비슷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처음의 나처럼 친구는 주식 정규 시장이 3시 반에 마감되는지 몰랐고, 그 뒤에 매수 주문을 걸어둔 것이다. 끝까지 체결이 안되면 취소되는 것이 아니냐, 왜 다음날 9시가 되어서야 체결이 되는 걸까 싶었지만 정규 시간 외의 거래에 대해서는 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체결은 각자 주문을 넣은 시간대의 거래 방식에 맞추어 되었지만, 알림 문자만 다음날 9시에 도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 검색 결과를 보면 정규 시간 외 다른 여러 가지 거래 방식들이 나와있다. 동시호가에는 장 시작 동시호가(8:30 ~ 9:00)와 장 마감 동시호가(15:20 ~ 15:30)가 있다. 지정된 시간 동안 들어오는 모든 주문을 합쳐서 한 번에 체결시키는 것이 동시호가 거래다. 매수와 매도 주문이 가장 많이 겹치는 가격으로 체결되며, 장 시작 동시호가로 결정된 가격이 그 날의 시가, 장 마감 동시호가로 체결된 가격이 그 날의 종가가 된다. 장 마감의 경우 오후 3시 20분부터 동시호가에 들어가 주문을 모아서 한 번에 체결해야 하므로, 3시 20분이 되면 호가창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전 시간 외 종가'는 장이 시작하기 전에 종가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규 시간 전인 8:30에서 8:40까지 해당 주식의 전날 종가로 거래를 할 수 있다. '장후 시간 외 종가'는 장이 끝난 후에 종가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후 3시 반에 장이 마감되고 그날의 종가가 결정되면, 그때부터 30분간 해당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 '시간 외 단일가'는 장후 시간 외 종가 거래가 끝난 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이다. 시간 외 단일 거래에서는 종가가 아닌 다른 가격으로도 거래할 수 있으나 변동폭은 종가의 -10% ~ +10%까지다.
사실 정규 시간 외의 거래에 참여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이 시간에는 특별한 이슈가 있는 종목이 아닌 이상 거래량이 많지 않아 주문을 해도 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동시호가의 경우 전문가의 영역이니 일반인은 접근을 삼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도전을 했다가도 금방 주문을 취소하곤 했다. '오늘 장 열리자마자 이 주식을 꼭 사야/팔아야겠어!'라고 생각이 드는 날은 9시가 되기 직전에 화장실이 급한 척 후다닥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