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의 역할과 변화의 필요성
이번 산불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모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 엄청난 재난을 겪고 계신 분들께 위로와 희망을 전하며, 하루빨리 복구와 치유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산불은 대기오염, 토양 침식, 수질 오염 등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를 초래하며, 우리의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재앙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약 48,000헥타르(서울 면적의 약 80%)를 태웠으며, 4,000여 개의 건축물이 소실되었다. 26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수천 채의 건물과 소중한 문화유산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비극적인 이번 화재는 한 남성이 조상 묘를 돌보던 중 실수로 불을 낸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림청에 따르면, 201
3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산불 중 입산자 실화'가 32.9%, '쓰레기 소각'이 12.6%, '논 밭두렁 소각'이 11.9%를 차지했다. 한국의 산불 원인의 절반 이상이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산불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기후위기시대에 살고 있다. 산불은 점점 더 거대하고, 파괴적이며, 통제 불가능한 재난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호주의 '블랙 서머'로 불리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1,200만 헥타르가 넘는 면적이 불탔고, 30여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며, 3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피해를 입었다. 같은 해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사상 최악의 산불 시즌이 기록되었다. 100만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불탔고, 수천 명이 대피해야 했다.
2023년, 캐나다에서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산불이 발생하여 1,800만 헥타르 이상의 숲이 불탔고, 연기로 인해 뉴욕과 미국 동부까지 대기질이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이 산불들은 기온 상승과 가뭄으로 인해 극도로 건조해진 식생이 작은 불씨에도 쉽게 타오르는 환경을 만든 결과였다. 기후 변화가 초래한 극한의 건조 환경과 높은 기온 은 산불이 더욱 거세지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번지도록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긴 산불 시즌과 더 강한 불길이 나타나는 것이 새로운 '뉴 노멀 (New Normal)'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패션 산업과 산불
산불과 패션 산업은 무관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깊이 얽혀 있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며, 이는 국제 항공 및 해운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리고 이는 아래와 같은 산불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초래하게 된다.
1. 대규모 산림 파괴
패션 산업은 면, 비스코스, 양모 등의 원자재를 얻기 위해 전 세계 숲이 무분별하게 벌목하는데 이 과정에서 숲이 사라지면 수분 저장 능력이 감소하고, 이는 결국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의 위험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패션 산업의 토지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생물다양성 붕괴와 탄소 배출 증가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2. 물 부족과 생태계 건조화
의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면소재, 자연 소재로 지속가능한 소재로 분리되지만 일반 적으로 목화 (면화) 재배는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수자원이 고갈되고, 토양이 점점 더 건조해지면서 한 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3. 방목 과잉과 사막화
또 다른 지속가능한 소재로 불리는 양모 및 캐시미어 생산을 위한 과도한 방목은 토양을 황폐화시킨다. 사막화된 토지는 작은 불씨에도 쉽게 타오르는 ‘불쏘시개’가 된다.
4. 섬유 폐기물과 대기오염
패션 산업은 엄청난 양의 섬유 폐기물을 쏟아내며, 이 중 상당수가 소각되고 직물 쓰레기가 불에 탈 때, 유독 가스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공식적인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불법 소각이 이루어지고, 이는 산불로 번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패션 산업은 단순히 옷을 생산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삼림 파괴, 탄소 배출, 자원 고갈 등을 통해 산불 위험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산불이 번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반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이런 재난을 애초에 막을 수 있을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Helen Crowley | an advisor on biodiversity and resilient supply chains at Conservation International (패션 및 공급망 지속 가능성 전문가)
산불은 단순한 불길이 아닌,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이러한 재난을 반복해서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산림 파괴를 줄이고, 재생 농업을 도입하며, 보다 지속 가능한 원자재로 전환해야 한다.
패션산업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 지지하는 산업, 더 지속가능한 정책 요구를 통해 변화를 만들 어야 한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 하나하나가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땅이 불타면, 우리도 불탄다.
우리는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며, 변화는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참고 문헌
Business of Fashion (2020) ‘Australia’s wildfires serve as a rallying cry for fashion’, Business of Fashion. Available at: https://www.businessoffashion.com/articles/sustainability/australias-wildfires-serve-as-a-rallying-cry-for-fashion/
Choi, J. & Chae, H. (2025) ‘Assessing Wildfire Risk in South Korea Under Climate Change Using the Maximum Entropy Model and Shared Socioeconomic Pathway Scenarios’, Atmosphere, 16(1), p. 5. Available at: https://doi.org/10.3390/atmos16010005.
Türkkahraman, I. and Ersin, Ö.Ö. (2025) ‘Unraveling the environmental impacts of the fashion industry: A Fourier-based analysis of pollution dynamics and causality across five countries’, Sustainability, 17(1), p. 69. Available at: https://doi.org/10.3390/su17010069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2024) Fashion Industry Environmental Impact Report. Available at: https://www.unep.org/news-and-stories/press-release/unsustainable-fashion-and-textiles-focus-international-day-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