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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rbon Literacy Project

영국의 탄소 문해력 인증

by 다다정



@da.dajeong

내가 Carbon Literacy Project를 처음 알게 된 건 석사 1학기 프로젝트로 지속가능 패션 디자이너 인증 (Sustainable Fashion Designer Certification)을 개발하던 때였다.

당시 “디자이너의 책임 있는 결정을 도울 수 있는 교육·인증 구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답을 찾고 있었고

그 당시 나의 담당 튜터였던 Katherine 은 Carbon Literacy Project를 참고해 보기를 권했다.




Carbon Literacy Project


@UAL CARBON LITERACY PROJECT

Carbon Literacy Project는

2012년 영국에서 시작된 국제 기후교육 인증이다.


여기서 말하는 Carbon Literacy(카본 리터러시, 탄소 문해력)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기후 변화의 과학·사회적 영향·감정적 반응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탄소 감축 행동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da.dajeong


Carbon Literacy는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에 머물지 않는다.

기후과학, 사회적 불평등, 행동 변화 이론, 감정적 회복력까지 폭넓게 다루며,

학습자는 교육을 마친 후 반드시 개인행동과 그룹 행동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이 실제 탄소 감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까지 평가받아야만 국제 인증이 발급된다.


기후 지식을 지식, 성찰 그리고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으로

영국에서는 BBC, NHS, 지방정부, 대학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직원·시민 교육의 표준 모델로 채택하고 있다.







탄소 문해력 높이기 - 리서치가 아닌 경험으로


그 후 Carbon Literacy Project는 더 이상 내 연구 속 참고문헌이 아니라, 깊이 남는 ‘경험’이 되었다.

3학기에 UAL Climate Advocate로 활동하게 되면서 공식 트레이닝에 참여할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진행된 집중 워크숍으로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한 공간에 모여

기후 시스템, 인간 행동, 산업 구조를 함께 뜯어보는 밀도 높은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UAL CARBON LITERACY PROJECT


@UAL CARBON LITERACY PROJECT


트레이닝은 기후 변화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다시 단단히 짚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대기권의 구조(Troposphere–Exosphere),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여섯 가지 주요 온실가스(CO₂, CH₄, N₂O, F-gases, 오존, 수증기),

그리고 각 가스의 체류 시간과 온난화 영향력(GWP)까지— 기후 위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과학을 차근차근 다시 정리했다.


이어 탄소 배출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파고들었다.



@UAL CARBON LITERACY PROJECT


화석연료, 이동, 농업, 폐기물, 시멘트 등 각 부문별 배출 구조를 세심하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특히 ‘밥순이’인 나는 쌀 생산에서 상당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에 꽤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탄소 문제는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움직이는 것—일상의 모든 선택과 이어져 있었다.




@da.dajeong



Project Drawdown 자료를 기반으로

태양광·풍력, plant-based 식단, 음식물 쓰레기 감축, 전기차 전환 등

‘십억 톤 감축 설루션’을 우선순위에 따라 직접 정리해 보는 활동도 진행되었다.



@UAL CARBON LITERACY PROJECT


그 과정에서 특히 깊게 남은 개념이 바로 임베디드 탄소(embedded carbon)였다.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투입된 모든 에너지와 자원에서 발생한 탄소—

즉, 원료 재배부터 방적·염색·봉제·운송까지 전 과정에 쌓인 배출량이

결국 하나의 제품에 ‘보이지 않는 탄소’로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Levi’s 501 청바지 한 벌이 33.4kg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LCA 분석은

패션이 기후 위기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 사례였다.


@UAL CARBON LITERACY PROJECT
@UAL CARBON LITERACY PROJECT
*Life Cycle Assessment, LCA : 원자재–제조–운송–사용–폐기로 이어지는 전 과정 평가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은 원료 생산과 제조 단계에 집중되어 있고, 소비자의 세탁·건조·관리 같은 ‘사용 단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LCA는 패션 산업의 순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며, 디자이너·브랜드·소비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트레이닝의 마지막 세션으로 우리는 기후 행동을 둘러싼 감정도 깊이 다루었다.

불안, 두려움, 죄책감, 무력감 같은 감정들이 행동을 멈추게 하지 않기 위해,

왜 긍정적이고 실천 중심적인 기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George가 했던 말 중, “커뮤니티는 촉매이고, 피난처이고, 나침반이고, 가속기다.”라는 말은

기후 행동은 공동체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연결할 때

지속적이고 확장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플리지 쓰기 — 지식이 행동으로 변하는 과정


@UAL CARBON LITERACY PROJECT


트레이닝 후 우리는 Carbon Literacy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글을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이 순간부터 학습은 ‘행동’으로 전환된다.





Big Picture: 사회 전체의 넷제로 로드맵 : 내가 작성한 큰 그림은 이렇게 시작했다.


Care is a responsibility.

@da,dajeong


과잉소비에 기반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사회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교육·문화가 동시에 바뀌어야

실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행동(Individual Action) : 내 전문성과 일상을 기반으로 실천 가능한 변화를 설계했다:


@da.dajeong

• 기후·탄소 데이터를 시각 자료로 재해석해 교육하기

기후불안을 키우지 않는 정보 전달 방식 연구

• 연구 과정에서 환경적 영향을 더 엄밀하게 분석하기

• 라이프스타일 전환

– 플래너터리 다이어트

– greener banking option으로 갈아타기

– iCloud 외장하드(디지털 탄소 최소화)

– 이메일·앱 사용 줄이기

이 행동들은 실제 CO₂·CH₄ 배출 감소로 이어지는 선택이다.




그룹 행동(Group Action) : Climate Advocate로서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지를 선택했다:


A. 패션·텍스타일 교육에서 환경 감사를 돕기

각 코스의 재료·프로세스의 탄소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자료 제공


B. LCF 내부 Textiles 폐기물 재사용 시스템 구축하기

필요한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순환 구조 설계

virgin 소재 구매 감소 및 교육기관 차원의 탄소 감축





UAL CARBON LITERACY PROJECT


Carbon Literacy Certificate


@da.dajeong


Carbon Literacy Certificate 를 위한 서류를 제출한 뒤, George로부터 따뜻한 회신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공식 Carbon Literacy Certificate를 받게 되었다.


돌아보면 Carbon Literacy는 내 지속가능 패션 여정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깊은 전환점 중 하나였다.


Carbon Literacy Project를 통해 기후교육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어떤 행동을 설계할 것인가’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다.


또한 기후 위기를 마주할 때 찾아오는 불안과 무력감 같은 감정 역시 학습의 중요한 일부이며,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아 보이는 개인의 행동이 결국 모여 시스템적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The Carbon Literacy Project를 통해 나는 기후 행동을 바라보는 시각과 실천의 기준을 한층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는 ‘탄소 문해력(Carbon Literacy)’을 기반으로 더욱 깊이 있게,

그리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실천을 이어갈 것이다.

@Carbon Literacy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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