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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교육과 기후 정의 (Climate Justice)

LCF Climate Advocate 기후 옹호자

by 다다정
LCF Climate Advocate
패션 교육과 기후 정의의 접점에서


기후 위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충격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기후를 이야기할 때 늘 하나의 개념을 먼저 떠올린다.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환경 문제 뒤에 가려진 사회·경제·인종적 불평등을 드러내고,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접근이다.


이 관점을 패션 교육의 구조 속에 제도적으로 녹여내려는 시도가 있다.


바로 런던 예술대(University Arts London, UAL)의 Climate Advocates 프로그램이다. 학생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변화를 설계하는 참여자(Participant–Designer)로 세우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 졸업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던 시기에 Change Maker로 활동하던 시절에 만난 LCF Curriculum Developer Eve의 추천으로 Climate Advocate에 지원했고, 서류와 인터뷰를 거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UAL @da.dajeong


Climate & Social Justice
기후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사회와 지구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지구를 돌보는 일은 곧 그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며, 이는 결국 사회적 정의의 문제로 이어진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주로 글로벌 북반구의 산업화 국가들에 있음에도, 피해는 글로벌 남반구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돌아간다.


@da.dajeong



기후 변화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MAPA(Most Affected People and Areas, 기후위기 최취약계층과 지역)는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폭우와 폭염은 반지하·노후주택 거주자와 저소득층 지역에서 더 큰 피해를 남기고, 기후재난은 사회적 약자를 먼저, 더 깊게 흔든다.


따라서 ‘기후 정의’란 이러한 사람들의 삶을 중심에 두고 해결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기술보다 앞서 공정성을 회복하는 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2025 Climate Advocates Event Poster Designs @da.dajeong




기후 정의 + 패션 교육이 중요한 이유


기후 정의와 패션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이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패션을 배우는 학생들이 기술과 미학을 넘어 자신의 작품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때, 산업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더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패션을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Climate Advocate가 강조하는 교육의 역할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커리큘럼 구성, 수업 운영, 평가 방식 등 교육의 핵심 구조 속에 ‘정의’의 시각을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이 기후위기와 산업적 책임을 자연스럽게 사고하도록 돕는 것이다. 무엇을 가르치는지만큼, 어떤 관점으로 학습을 경험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기후 문제는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후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함께 바꾸는 힘’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이러한 연결과 연대는 교육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변화의 기반이다.




Climate Advocate Meeting 2024 @da.dajeong


Climate Advocate
패션 교육에서 ‘정의’를 설계하다


Climate Advocate의 역할은 단순한 환경 교육을 넘는다. 환경·사회·인종 정의의 관점을 교육 시스템의 설계 단계부터 녹여내는 일에 가깝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각 학과의 Course Handbook(교육과정 안내서)을 공식적으로 평가(Audit)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에서는 학생이 교수진의 커리큘럼을 ‘감독’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국의 수평적인 교육 구조에서는 학생의 의견이 실제 제도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SDT(School of Design and Technology)
교육과정 평가


나는 전공 연관성에 따라 SDT 학부의 평가를 맡았다.

이 학부는 패션 디자인·기술·혁신을 다루며, 지속 가능성이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검토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 교육의 선도 기관으로 알려진 LCF조차 일부 과정에만 지속 가능성이 반영되어 있다는 현실을 확인했다.


많은 커리큘럼이 지속 가능성을 교육의 중심 원칙이 아닌, 단일 유닛(Unit)에 형식적으로 포함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한계를 솔직하게 짚어내고, 지속 가능성과 기후 정의가 프로그램 전반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구조적 개편 방향을 제안서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

교육의 변화는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논의하고 방향을 맞출 때, 비로소 과정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 속에서 얻은 힘


Climate Advocate 활동의 가장 큰 배움은 ‘연결감의 중요성’이었다.



LCF뿐 아니라 UAL 전체의 학생·교수진과 함께 기후 정의를 주제로 워크숍·네트워크 행사에 참여하면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체감했다.


기후 정의는 거창한 이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감·협력·연대 위에서 작동한다. 개인이 바꾸기 어려운 구조도, 함께할 때는 움직일 수 있다.



@da.dajeong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는
‘누가’가 아닌 ‘어떻게’로 가능하다


Cimate Advocate Earth LCF event 2025 @da.dajeong

지금 패션 산업은 전환의 길 위에 서 있다.

멋진 디자인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이며, 그 중심에는 반드시 ‘정의’가 있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조적 변화, 공동의 실천, 서로를 향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Climate Advocate 경험은 앞으로의 연구·실천·삶의 방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 여정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배우고, 실천하고, 연결될 것이다.

기후 정의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며,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찾아갈 것이다.


@da.dajeong

CLIMATE ADVOCATES : https://www.arts.ac.uk/colleges/london-college is-of-fashion/stories/meet-this-years-lcf-climate-advoc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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